영화

다카하타·박광현 감독 화해·상생의 대담

2006.06.01 15:08

“한국에 오기 전 ‘웰컴투 동막골’을 아주 재밌게 보고 왔어요. 젊은 감독을 만날 때 약간 신경이 곤두설 때가 있는데 안심했죠.”

[영화]다카하타·박광현 감독 화해·상생의 대담

“제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그 분’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정말 놀라웠고 이 자리에 오게 돼서 영광입니다. 오늘 정말 소중한 것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칠순의 대선배와 그의 작품세계를 동경하며 자란 이웃나라 후배 감독의 만남. 다카하타 감독과 ‘웰컴투동막골’의 박광현 감독(37)이 지난주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열린 CGV용산 VIP라운지에서 대담을 했다. 두 감독은 영화 속에 그려진 전쟁에 대해 오랜 이야기를 나눴다.

다카하타 감독의 ‘반딧불의 묘’와 박감독의 ‘…동막골’은 모두 각자의 조국이 겪은 전쟁(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데다 전쟁의 말미에 놓인 개인의 상처를 보듬는 주제를 갖고 있어 공통분모가 많다. 그만큼 두 감독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도 커보였다. 다카하타 감독은 “보는 사람들이 자꾸 반전영화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반전영화를 만들려면 전쟁이 시작될 때의 상황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살았는가가 영화의 주제였다”는 뜻부터 밝혔다. 작품의 표면만 보고 영화를 틀 안에 묶으려 하는 세간의 습관에 대한 질책이기도 했다.

‘반딧불의 묘’는 일본인이 피해자로 묘사됐다는 점 때문에 한국 개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카하타 감독은 “전쟁 속의 민중, 아이들은 모두 피해자”라며 “그렇게 그렸다고 해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해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감독은 “한국인이 ‘반딧불…’에 반감을 갖는 것은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나라 전체를 미워하게 되는 결과 때문이고 나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때 불편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위에 있는 권력의 이기심이고 그로 인해 아픔을 겪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서민들이라는 게 가장 큰 비극”이라며 자신과 선배의 두 작품에 담긴 뜻을 아울렀다. 두 감독은 이와 함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 즉 이라크전의 비참함 역시 다르지 않은 모습을 띠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카하타 감독은 ‘…동막골’에 대해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지만 그 안에 모든 전쟁이 다 들어있다”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박감독처럼) 젊은 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생각지 못한 상상력이 의도한 메시지를 적절히 전달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감독은 “아무 생각없는 어린 세대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웃음) 신화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해 화해의 한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결국 두 감독의 공통된 주제는 화해와 상생이다. ‘추억은 방울방울’의 한 장면처럼 경치 좋은 시골도 “사람과 자연의 공동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골에 가면 500년 동안 풍경이 변하지 않는 곳도 있잖아요. 그런 것은 인간이 관리를 잘해서 그럴 수 있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더불어 살줄 알기 때문이지요. 그런 ‘관계’가 형성되는 풍경은 아름답지요.” ‘정정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젊고 건강한 다카하타 감독의 가르침이다.

〈송형국기자〉

〈자료제공|SICAF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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