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당신, C급 교사야!

2006.08.01 18:21

교육부는 기어이 교사들을 A, B, C로 등급을 나누고 거기에 따라 성과급이란 걸 차등 지급하는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교사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치자 애초 50%로 하려던 차등폭을 20%로 낮추긴 했지만 그 비율이 100%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리되면 A급 교사가 1백만원을 받을 때 C급 교사는 빈손이 된다. 교육부의 몰(沒)교육적이라 할 교원정책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성과급 문제는 그 중 최악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돈 더 줄 테니까 열심히 하라’는, 달지도 몸에 이롭지도 않은 당근이다.

어떤 이들은 당장 물을 것 같다. 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거기에 맞는 대우와 더 나은 보수를 보장해 주는 게 뭐가 나쁜가? 덮어놓고 경쟁을 부정하려 드는 선생들이야말로 무사안일이 몸에 배인 탓에 공연히 뒤가 켕기는 치들이 아닌가…? 딴은 옳은 말씀이겠다. 그러나 묻건대 한 교사가 열심히 일함으로써 다른 교사보다 더 나은 교육적 성과를 냈다는 것을 어떻게 객관화·수량화할 수 있을까? 교육부도 이게 불가능하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보직과 담임 여부, 수업 시수, 경력, 포상 등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바지만 이런 식으로 나뉜 등급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로선 알 재간이 없다.

담임은 대개 순환제이고 수업 시수는 교사가 마음대로 더 하거나 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직을 맡은 교사가 남달리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직도 담임도 안 맡은 교사들, 생전에 포상 같은 건 염두에도 안 두고 받아 본 적도 없는 교사들 중에는 남 모르는 열성으로 교과연구회다, 교육 연극이다, 상담 심리 세미나다 하며 두 눈 빛내며 뛰어다니느라 무척 고생하는 이들도 숱하다. 그것도 제 돈을 들여서!

그거야 다 제 좋자고 하는 일이고 자기발전을 위해 그러는 것이고 교사로선 당연한 고생이라고? 물론이다. 거기에 더 보태자면 보직도 담임도 교사라면 누구든 맡겨지면 당연히 해야 하는 학교 일상 업무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 자체가 ‘성과’ 평가의 기준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교육부가 성과급과 관련해 내놓은 평가 항목들로선 교사가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그러니까 수업과 학급 운영과 특별 활동, 개별 상담 등을 통해 어떤 교육적 결실을 보고 있는지는 결코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일단 제쳐두자. 그 이전에 나는 이렇게 묻고 싶으니까.

‘한 교사가 다른 교사보다 수업 준비에 좀더 성실하고 학생 지도에 좀더 진지하며 학교 일에 좀더 솔선수범한다고 해서 그걸 몇 푼의 돈으로 상찬하고 또 그런 방식으로 그것을 장려하는 것이 정녕 교육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아차차! 막상 해 놓고 나니 내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알겠다. 이 정부와 교육부의 명쾌하고도 자신에 찬 반문이 즉각 내 귀청을 때리는 듯하니 말이다.

“교육적? 돈이 되는 것만큼 교육적인 게 대체 어디 있단 말이오? 교육도 다 남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자고 하는 것 아니오?” 그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또 한 마디. “그런 허튼소리나 하는 당신, 천생 C급이겠군 그래!”

〈윤지형 부산여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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