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전통과 현대 사이 제국의 빛과 그늘

2006.09.01 15:31

▲대한제국은 근대국가인가…한영우 외/푸른역사

[책과 삶]전통과 현대 사이 제국의 빛과 그늘

1897∼1910년 존재했던 대한제국은 복잡한 이미지를 가진다. 영화 ‘한반도’에서 보이듯, 명성황후 시해와 울분에 찬 고종의 모습 등으로 인해 대중에게 대한제국은 슬픈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일부 학계에서 대한제국은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책은 지난해 10월 한림대학교 한국학연구소(소장 한영우)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 발표문의 모음집이다. 저자들은 일단 ‘대한제국이 구본신참(舊本新參)을 내걸고 전통과 현대를 절충하는 방향으로 우리식 근대화를 추진했다’고 파악한다. 이같은 문제의식 아래 정치, 경제, 외교, 종교 등 분야를 두고 대한제국의 근대성을 살폈다.

서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대한제국을 이끌어간 정치세력에 초점을 맞췄다. 고종 황제를 보필한 이들은 과거를 거친 구체제 관리가 아니라 근대적 실무관료였다. 고종 역시 의정부나 궁내부 대신에게 실권을 주지 않고 이들 하급 실무관료들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이렇게 신분제를 뛰어넘었던 대한제국은 보수적 유교정권도, 급진개화 정권도 아닌 구본신참의 중도정권이라는 주장이다.

이윤상 창원대 교수는 대한제국의 부국강병과 산업진흥 노력을 살핀다. 대한제국이 황실재정 확충에 힘을 쏟은 결과 재정은 좋아졌고 군부예산도 증가했다. 대한제국의 양적인 경제규모는 이전보다 크게 성장한 것이다. 물론 재정 관리체계의 비합리성 때문에 산업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대한제국은 연구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미개척 영역이다. 아직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한제국을 ‘무너져야 할 앙시앙 레짐(구체제)’ ‘부패무능 정권’으로 치부하는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지적이다. 1만6천5백원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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