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천국, 흥미로운 지옥

2006.09.01 18:04

〈데이비드 킴 크랙/ 한신대 전임강사〉

“캐나다가 따분한 천국이라면 한국은 흥미진진한 지옥이야.”

이 말은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국인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그는 수년동안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직장을 다녀서 두 나라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오래지 않아 그 뜻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난해 한신대학교에서 근무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그리 길지 않은 한국 생활이지만 한국과 캐나다의 문화와 사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겉으로 드러난 양국의 차이는 분명하다.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로,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고 고유한 언어를 사용한다. 반면 짧은 역사를 지닌 캐나다는 북미 대륙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로, 넓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낮고 세계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사회 분위기도 엄청나게 차이가 있다. 한국 친구가 ‘따분한 천국 캐나다 vs 흥미진진한 지옥 한국’으로 두 나라의 분위기를 묘사한 것이 한국에서 살수록 절묘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 한국이 흥미진진한가? 어떤 면에서 지옥인가? 왜 캐나다가 따분할까? 왜 천국처럼 보이는가?

먼저 흥미진진한 한국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한국은 젊음이 충만한 곳으로서 에너지가 넘친다. 저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인구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젊다. 또 한국 사람들은 무척 바쁘게 살고 아주 열심히 일한다.

이에 비해 캐나다는 좀 느리다. 인구의 연령층은 높아지는 데 비해 어린이들의 수는 적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긴다. 젊은 에너지와 빠른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들이 캐나다로 건너간다면 속도 차이 때문에 몹시 답답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럼 무엇이 한국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일까? 한마디로 경쟁이다. 경쟁은 한국을 흥미진진한 곳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과열될 때는 예상치 못한 그늘을 드리운다. 극심한 경쟁 때문인지 한국의 이웃들은 협동심이란 없어 보인다. 언젠가 운동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내게 이런 한국 생활을 전쟁과 분단, 착취와 억압의 고통스러운 역사 속에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그 학생의 말에 동감한다.

반면 캐나다 학교는 협동을 강조한다. 캐나다에는 학생들 모두에게 좋은 학교에 입학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학교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조화와 협동심을 가르쳐 온 까닭이다.

밖에서 근무를 마친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자식들을 돌보며 가족의 유대감을 나눈다. 학생들은 공부를 마치면 다른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따분하게 들리는가? 그렇지만 천국같이 들리지 않는가?

흥미진진한 지옥과 따분한 천국? 누가 나에게 “캐나다와 한국 중 어디서 살고 싶니”라고 묻는다면 “둘 다 아니올시다”가 내 대답이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나는 행복하고, 캐나다에서도 행복했다.

나는 이 두 곳을 따로 분리된 장소로 느끼지 않고 살고 싶다. 따분한 천국에서도 흥미진진한 지옥에서도 살고 싶지 않다. 그러한 두 곳을 함께 엮어 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에 전율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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