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다스렸을까

2006.12.01 16:20

▲제국…닐 퍼거슨|민음사

[책과 삶]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다스렸을까

김영삼 정부 시절 멋모르고 부르짖던 세계화가 이제는 일상적인 용어가 됐고, 구체적인 삶의 양상까지 바꿔놓고 있다. 미국적 가치관이 주도하는 현재의 세계화는 그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영토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노동·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세계화 이전에도 ‘유사 세계화’가 있었다. 아마도 몽골제국과 영국제국이 아닐까. DNA 검사를 통해 칭기즈칸 후손이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상황을 보면 몽골의 영향이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의식의 저변을 넘어 DNA에 자리잡은 몽골 제국의 세계화인 셈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닐 퍼거슨 교수의 신간 ‘제국’은 미국식 세계화 직전에 존재했던 영국식 세계화를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에 답한다. 첫째 비가 많이 내리는 일개 섬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다스리게 됐는가. 이 책의 부제는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는가’이다. 물론 역사상 가장 크다는 평가는 영토에 관한 것이다. 두번째는 영국제국의 출현이 인류사에 유익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해로운 것이었는지다.

영제국은 경제적 동인에 의해 촉발됐다. 상인들이 설탕을 얻기 위해 카리브해로 떠났고, 향신료와 차를 얻기 위해 아시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아담 스미스의 나라 영국의 신흥 계급은 이윤이란 매우 강력한 채찍질에 의해 세계화의 첨병이 된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네덜란드를 제치고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이르면 세계를 지배한다. 인도를 비롯, 5대륙 43곳에 식민지 제국을 건설하며 지구의 4분의 1을 장악했다.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300여년 동안 영국섬을 떠난 2천만명의 영국인은 영국 제국주의의 근간이었다. 현재 세계인 7명 중에 1명이 영어를 쓰게 만드는 결과도 낳았다. 책을 너무 고급스럽게 만들어 부담스럽긴 하지만 많은 그림과 사진 도표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김종원 옮김. 3만5천원

〈안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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