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포차 ‘올리브 트리’

2007.07.19 09:47

머리는 20세기에 가슴은 19세기에 두었던, 당시로는 보수적인 그룹에 속해 있던 대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그는 20세기 음악의 새로운 음악 어법인 무조음악의 창시자로서 난해한 음악을 작곡하는 자신의 제자 아널드 쇤베르크에게 한 마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젊으니까 자네가 옳다.” 현재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할지언정, 젊은 사고만의 에너지가 펼쳐낼 새로운 미래를 말러는 겸허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샐러리맨의 만찬]와인 포차 ‘올리브 트리’

이 말러의 격언은 오늘 소개할 작은 ‘와인 포차’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교대역 1번 출구 뒷골목 건물 1층 옆에 아담하게 위치한 ‘올리브 트리’. 문을 연 지 1년 남짓한 이 작은 와인 포차는 잘 생긴 ‘완소청년’과 훤칠한 ‘건장 청년’ 두 명이 소담스럽게 운영하고 있다. 가격과 서비스, 분위기 모든 측면에서 손님을 잡아끄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넓고 화려하며 가격 거품이 큰 와인 전문점과 분위기와 전문성, 퀄리티가 떨어지는 와인집 사이의 틈새를 파고든 이 ‘올리브 트리’는 와인, 주인, 분위기 모두가 젊으니까 ‘옳은’, 그러한 곳이다.

기껏해야 2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는 작다.

그러나 1층 테라스의 여유로움, 노란색 백열등 간접조명과 목재 인테리어가 주는 부드러움, 앤티크한 가구와 모던한 소품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재즈와 차분한 월드뮤직 등이 찾는 이들을 편안하게 한다. 와인을 시키기 전 전채로 주는 삶은 달걀도 인상적이다. 주말에는 깜짝 이벤트를 기획해 흥을 돋우기도 한다.

70여종의 와인이 와인셀러에 저장돼 있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착하다’.

샤또 마리나 키안티 클라시코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템퍼스 투 퓨러 랜지 쉬라즈, 코코드리오 까베르네 쇼비뇽, 몬테스알파 까베르네 쇼비뇽 등은 일반 소매점에서 구입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안주 할인권 혹은 15% 할인과 같은 서비스도 있다.

요즘은 아발론 까베르네 쇼비뇽과 코라릴로 메를로-말벡 등이 할인 대상 품목에 올라와 있다.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것도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안주로는 모듬치즈와 나쵸뿐 아니라 김치와 조랭이 떡을 피자 스타일로 조리한 스페셜 메뉴도 추천할 만하다. 출출함을 달래주는 3000원짜리 명물 자파게티 등도 인기가 높다. 때로 술은 분위기와 스타일이 더 중요한 법. 복더위에 소주 레이스를 즐기기보다는 ‘올리브 트리’ 같은 곳에서 ‘부담 없는 와인파티’를 갖는 것이 ‘주당’의 센스와 노하우다.

와인: 4만~7만원, 안주: 9000~1만8000원 / 전화: 02) 525-6009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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