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없는 출소자 “나 돌아갈래”

2008.01.30 18:52
경태영·박태우·권기정기자

출소 후 먹고 살 길이 막막해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행을 자처하는 출소자가 늘고 있다. ‘사회보다 교도소가 낫다’는 게 재범의 동기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실시하는 직업훈련은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격증이 취업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더라도 전과자란 사실이 알려지면 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갈 곳도, 받아주는 곳도 없는 출소자에게 교도소행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갈곳 없는 출소자 “나 돌아갈래”

◇나가자마자 또… 특수강도미수죄로 징역 10월을 살고 출소한 김모씨(51)는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경찰서 신도지구대에 대형 볼트 두개를 던져 현관문 유리창을 깨뜨렸다. 범행동기는 ‘다시 교도소에 가기 위해서’였다. 출소한 지 8일 만이었다. 김씨는 “출소했지만 가족도, 돈도, 갈 곳도 없었다”면서 “교도소에서 기술을 배우고 나왔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어 다시 감옥에 가려고 유리창을 깼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오후 2시30분쯤 대구 서구 평리동 한 가게 앞에서는 한모씨(39)가 50㏄ 오토바이를 훔치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교도소 문을 나온 지 9시간 만으로 한씨는 교도소 문을 나서면서부터 교도소행을 마음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의 수감자 중 재범 이상자는 51.5%로 절반이 넘는다. 재범 이상자 중 동종 범죄를 반복한 경우는 36%에 달하고 있다. 전체 수감자 중 18.4%다. 이중 상당수는 교도소를 가기 위해 출소 후 곧바로 재범을 저지른 고의적 범죄자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게 교정당국의 이야기다.

◇출소자를 위한 기관은 갱생보호공단이 유일 출소자를 위한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은 한국보호갱생공단뿐이다.숙식제공,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의 사업을 펼치지만 열악한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사회복귀 프로그램 운영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관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해마다 교도소를 나오는 무연고 출소자는 3000~1만3000여명. 공단이 운영하는 보호시설은 전국 25곳으로 수용 가능한 인원은 2700여명에 불과하다. 전국의 갱생보호공단의 직원은 139명으로 숙소 관리를 위해서만도 모든 직원이 3~4일에 한번씩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등 민간에서 출소자를 위한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전주의 사회복귀지원협의회 등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있으나 대부분 영세한 규모이고 최근에는 몇곳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대안은 없나 처벌과 격리에 그치고 있는 교정당국의 정책과 출소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호원대 법·경찰학부 이만종 교수는 “처벌과 격리, 감시, 통제라는 교정정책의 기본틀을 재범을 막기 위한 사회복귀 교육으로 전환해야 하고 시민들은 출소자를 사회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큰 비용을 치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행형 성적에 따라 처우를 달리하는 교정 행정에서 범죄의 내용과 동기, 성격, 형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교정 행정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의 인식과 관련 각 기업별로 한 명 이상의 출소자를 취업시키는 홍콩의 ‘1사 1출소자 취업운동’과 출소자를 지원하고 보호하자는 범국민적 캠페인인 싱가포르의 ‘엘로 리본 프로젝트’가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이 캠페인을 통해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소자를 채용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국갱생보호공단 보호기획팀 유병선 차장은 “정책 및 법안 입안자들이 유권자를 의식해 꺼리고 있으나 이제는 출소자 복지를 위한 입안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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