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2008.08.21 17:32
박준흠 | 선정위원장, 가슴네트워크 대표

‘당대 평가 거친 사료’ 큰 의미…‘음악창작’ 새로운 인식 기대

[대중음악 100대 명반]연재를 마치며

적어도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인 1990년대 말까지 ‘해외 음악전문지’는 음악 마니아들에게 있어 해외 대중음악 음반을 사기 위한 핵심적인 소스였다. 나 또한 그 일원이었기 때문에 해외 음악 전문지의 편집 방향성과 이들이 지속적으로 다루는 내용 등에 익숙해져 있었다. 심지어 97년에 대중음악전문지 ‘서브(SUB)’를 창간하려고 했을 때 참고했던 것들이 바로 이들이었고, 결국 서브의 편집 방향성과 레이아웃, 코너명을 붙이는 방식 등은 해외의 잘 만든 음악전문지들을 참고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이 ‘지속적으로 다루는 내용’ 중에 주목한 것이 바로 온갖 종류의 ‘음반 선정 특집’이었는데, ‘1970년대를 빛낸 록음악 100대 명반’과 같은 기획은 아주 흔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음악 마니아들 중 많은 이들은 이런 리스트들을 스크랩해서 음반 사는 데 유용하게 활용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존재한 국내 음악 전문지들에서도 이런 기사를 많이 전재해 주었다.

그런데 서브를 만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까지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서 ‘명반 선정’ 작업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음악평론가 개인 자격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음반 리스트를 밝힌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매체에서 선정위원들이 구성되어 한국 대중음악 음반 전반을 아우르는 공식적인 기획을 한 적은 없다. 그래서 ‘선정 작업 자체만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란 한 후배의 조언에 힘입어 98년 11월에 이를 시도했다. 당시 총 21명의 음악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냈고, 이는 한국 대중음악을 ‘앨범과 작가 중심’으로 훑은 첫 번째 작업이 아닌가 한다. 이 자료는 후에 본인의 책인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1999)의 부록에도 실렸고, 197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다.

2007년 8월부터 경향신문의 도움과 지면을 빌려서 문화기획자그룹&문화예술전문매체 ‘가슴네트워크(gaseum.co.kr)’가 기획과 진행을 한 이번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연재는 공식 매체에서는 두 번째 작업으로 알고 있다. 첫 번째 작업과 이번 작업 간에는 9년이란 시간차가 존재하는데, 그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음악생산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크게 얘기하면 98년부터 본격화된 ‘인디음악씬’과 2003년부터 본격화된 ‘홈레코딩 음반제작 시스템’의 출현이다. ‘인디음악씬’의 탄생으로 대중음악 창작&공연 시스템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했고, ‘홈레코딩 음반제작 시스템’으로 인해서 온전한 의미의 자주적인 음반제작이 가능해졌다. 뮤지션 측면에서 보면, 이제 돈이 없어서 음반을 제작하지 못하는 시대는 지나갔다.(이제 문제는 홍보와 유통이다.) 이는 2003년 이후로 ‘인디음악씬’에서 출시되는 음반의 수가 매년 200장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100위 안에 새롭게 선정된 음반들은 이전에 선정된 음반들과 다른 평가 기준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 핵심적인 평가기준은 바로 ‘음악창작’에 관한 부분이다. 어쩌면 대중음악과 관련한 내가 하는 많은 기획들에서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음악사뿐만 아니라 음악산업에서의 핵심은 ‘음악창작’이란 점인데, 이를 가장 쉽고 흥미롭게 풀어헤치는 방법이 ‘명반 선정’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 그러니 이런 기획물들이 어쩔 수 없이 안고 있는 사소한 문제점을 보기보다는 현재 이런 기획이 우리 대중음악계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에 주목해 주기를 바란다. 즉, 이번 기획이 ‘음악창작’에 대한 사회적인 환기 역할을 하기 바란다.

또한 이번 기획에서 주목할 것은, ‘앨범에 순위를 매기는 작업’이 단순히 매체의 상업적인 기획을 넘어서서 대중음악사 기술 측면에서 보면 ‘평가를 통한 기록’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즉, ‘당대 평가’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번에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선정’ 자료는 단순한 기사 차원을 넘어서서 ‘한국대중음악 사료’로 볼 수도 있다. 이를 통해서 현재 한국의 중요한 대중음악 작가(아티스트)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음악이 대중음악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획으로는 음반과 아울러 노래 또한 ‘창작성’을 기준으로 세심하게 따져보는 작업일 것이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도외시되는 것이 뮤지션십과 함께 가사 부분인데, 영화에서 시나리오를 따지듯이 음악에서 가사를 따지는 작업이 병행되지 않으면 대중음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I‘m Not There’나 하다못해 ‘Once’ 같은 음악영화를 볼 때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음악에서 ‘가사’가 갖는 힘에 주목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을 대할 때는 다른 관점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9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과 같은 작업이 이루어진 것에 놀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당신에게 대중음악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타당할지를 묻고 싶다.

현재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들을 묶어서 ‘도서출판 선’에서 단행본 출간을 준비하고 있고, 9월 즈음에 그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연재 기획에 참여한 총 32명의 필자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필자들은 다음과 같고, 직함은 당시의 것을 따랐다.

박준흠(선정위원장, 가슴네트워크 대표), 강일권(웹진 리드머 편집장), 김경진(서울음반 A&R 팀장), 김영대(웹진 음악취향Y 필자), 김윤하(웹진 가슴 편집인), 김작가(음악평론가), 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학선(웹진 가슴 편집인), 김현준(재즈비평가), 나도원(웹진 가슴 편집인), 류형규(SK텔레콤 CI개인화팀), 문정호(웹진 가슴 필자), 박은석(음악평론가), 배순탁(웹진 이즘 필자), 배영수(월간 52Street 기자), 서정민갑(대중음악 의견가), 서준호(롤리팝뮤직 대표), 성우진(음악평론가), 송명하(월간 핫뮤직 수석기자), 신승렬(대중음악서저자), 염신규(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팀장), 우승현(네이버 대중문화팀장), 이세환(SONYBMG 홍보팀장), 이영미(대중예술연구자), 이주엽(JNH 대표), 이태훈(향뮤직 온라인사업팀 대리), 임진모(음악평론가), 조원희(음악평론가), 최규성(대중문화평론가), 최민우(웹진 weiv 편집위원), 한상철(음악애호가), 황정(음악동호회 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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