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금융위기와 기후변화위기

2008.12.01 18:02
유한대학장

100년 만의 세계금융위기와 200년 만의 기후변화위기라는 두 가지 대 위기가 중첩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의 포츠난에서 유엔 기후변화조약국회의(COP14)가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160여개 국에서 9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는 교토의정서 이후 2013년부터 시작되는 코펜하겐의정서 체제의 틀을 만드는 중요한 행사이다.

‘그린산업이 출구’엔 한목소리

[김영호 칼럼]금융위기와 기후변화위기

지금 금융위기가 세계 동시 불황으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와중에 불 끄는 데 정신이 없어 전반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그린투자는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그린투자는 금융위기 대책에 우선순위가 밀려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생각하면 현 경제위기를 해결할 출구는 그린산업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 경제회복은 군수산업, 전자산업 등의 신산업에 의하여 주도되었고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회복은 정보·기술(IT) 산업에 의하여 주도되었듯이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경제회복은 그린 비즈니스에 의하여 주도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 와중에도 그린산업 육성계획을 다투어 세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스스로 ‘그린 프레지던트’를 자칭하면서 ‘그린 뉴딜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주택, 도로, 운하 같은 종래형 공공사업을 ‘체인지’하여 탈 온난화 산업을 발전시켜 환경과 경제의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구상이다. ‘청정에너지산업에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해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번 COP14 회의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낸다고 한다. 소위 오바마 효과로 이번 COP는 지난 10월 EU 정상회담의 분위기와는 달리 결정적으로 경제위기를 그린 비즈니스로 돌파하고 코펜하겐의정서 수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경제와 환경이 상반되는 시대는 가면서 환경과 경제가 공존, 상생하는 시대로 접어들며 다시 그린이 경제를 주도하는 그린성장시대를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그린경제시대를 지연시키던 국면에서 이번 COP14를 계기로 경제위기가 차츰차츰 그 시대를 촉진시키는 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다. 각국 별로 대형 그린산업 육성안이 발표되어 그린 내수시장이 생기고 그만큼 국제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환경과 경제의 공존 내지 상생 관계가 성립된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그 사이에는 도처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CO₂배출 t당 경제 규모가 매우 큰 저탄소 생산성의 경우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함정이다.

관세면제 등 실천 방안 제안을

얼마 전 방한한 레스터 브라운은 2025년까지 지금의 CO₂배출량을 80% 감축하지 않으면 인류 운명은 끝장난다고 하여 나는 한국기업의 제품에 지금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가산한다면 국제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수 년 내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2025년에 같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수 년 내에 먼저 죽으라고 하면 응하겠는가 반문했다. 그 대신 개별 국가, 개별 기업별 접근보다 1960년대의 신국제경제질서(NIEO)와 같이 각국의 그린 내수시장을 연결시켜 녹색국제경제질서(GIEO) 같은 것을 만들어 그린제품에 관세 면제 및 정부조달 우선, 소비자 우선 선호제를 도입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이번 COP14에 일본은 산업별 접근이라는 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우리는 GIEO안을 내놓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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