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택 계약서 찢고…명품시계 버리고…檢 “盧측 증거인멸 시도”

2009.05.13 23:07
조현철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부적절한 금품수수를 감추기 위해 수차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박 전 회장의 돈으로 계약한 미국 주택 계약서를 찢어버렸고, 권양숙 여사는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개당 1억원 상당의 명품 외제시계 2개를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연씨는 2007년 5월 미국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뉴저지에 오빠 건호씨가 거주할 주택을 5만달러에 가계약했고 9월에는 박 전 회장 돈 40만달러를 송금받아 정식 계약서를 작성했다. 주택값 160만달러 중 45만달러만 지급, 잔금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계약은 아직까지 유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홍콩 APC 계좌를 추적하면서 40만달러가 미국 부동산 업자에게 송금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씨는 검찰에서 계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계약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

검사가 계약서가 없으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때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묻자 “찢어버렸다”고 말할 뿐 추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계약서를 찢어버린 시점이 수사 착수 직전인 것 같다”면서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 여사도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회갑 선물 명목으로 제공한 스위스 ‘피아제’ 시계 2개를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사 때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집 사람이) 버렸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어디에 버렸느냐”고 다시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잘 모르겠다.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여사는 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증거인멸 시도를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시각대로 수사를 앞두고 증거인멸이 있었다면 노 전 대통령 측이 ‘문제 있는 돈’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여서 향후 사법처리와 법정 공방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주말쯤 권 여사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인근 검찰청사로 재소환해 추가로 드러난 의혹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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