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아이 마음 풀려면 부모 마음부터 다스려야

2009.06.01 17:39 입력 2009.06.01 18:37 수정
양미진(한국청소년상담원 역량개발실 실장·상담 조교수)

한 많은 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화병(火病). 그런데 요즘 어린이 화병이 늘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을 들여다보면 잔뜩 찡그린 얼굴로 연방 “아이, 짱나(짜증나)!”라고 투덜거리거나 말끝마다 듣기 거북한 욕설을 하는 아이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영수(가명)도 그렇다. 친구가 쳐다보기만 해도, 지나가다가 살짝 건드려도, 이야기 하는 중에 누가 끼어들어도, 문제가 잘 안 풀려도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난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겨서 인기가 많은데도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고, 무슨 일을 할 때도 가슴만 두근거린다고 한다.

드러나는 행동은 유사해도 화나 스트레스의 원인은 개인별로 다르다. 그러나 아이들이 꼽는 일반적인 원인은 부모의 태도와 학업에 대한 부담이다. 부모는 자녀가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초조함에 자녀를 몰아세우고 자녀는 그런 부모에게 혼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들은 학교 안팎, 가정에서도 계속되는 기대와 평가에 점점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수의 부모는 성적에서부터 말투나 행동까지 하나하나 관리했다. 그러다보니 영수는 부모로부터 지적받는 횟수가 잦았고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 했다. 아이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종종 친구들을 괴롭히는 걸로 풀어낸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자녀의 화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들이 자녀의 상태를 이해하고 행동에 대한 비난을 삼가야 한다. 부모의 가르침과 관리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스트레스나 감정이 실린 지적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내 자식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생각은 부모의 오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화 방법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를 보면 처음에는 잘 들어주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일방적인 훈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화방식은 점차 부모·자녀 간의 대화를 사라지게 한다. 자녀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이야기를 계속하지 말고 마음속으로 “잠깐. 하나, 둘, 셋”을 외치며 그 상황을 다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는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는 점을 명심하자. 화가 나고 불안하다면 그 상황을 멈추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게 좋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언제나 해맑게 웃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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