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아세안 ‘어부동맹’하라

2009.06.01 18:07 입력 2009.06.02 01:54 수정
김영호 유한대 총장

지금은 아세안 주간이고 그 절정인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실은 매우 중요하고 역사적인 행사다.

지난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아세안+3(한·중·일) 시스템이 성립, 강화되었다.

中·日 경쟁 역이용하는 아세안

[김영호칼럼]한 - 아세안 ‘어부동맹’하라

이제 세계금융위기 와중에 아세안+3 시스템은 동아시아공동체로 본격적인 탈바꿈을 하면서 그 핵으로 지난 3월에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의 외화 융통규모를 1.5배 확대하고 개별국가 간의 협정의 틀을 동아시아 통합협정의 틀로 바꾸어 국제통화기금(IMF)과는 별개의 지역자율시스템으로 진화시키는 조처를 취했다. 그리고 최근 총 1200억달러의 기금을 중국과 일본이 각각 32%, 한국이 16%, 아세안이 20%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사실상 아세안통화기금(AMF)의 출현을 의미한다. 무역 부문에서도 중국과 아세안 간, 일본과 아세안 간, 한국과 아세안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거의 완성되어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가 예고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 총 국민총생산(GNP)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세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새 아시아시대의 개막이다.

이러한 시점에 한·아세안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아시아 외교’ 구상의 일환으로 무역, 녹색성장의 협력 확대를 제창했다. 중국은 최근 ‘아세안을 기반으로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는 전략을 속속 추진하고 있으며 위안화를 동아시아 통화로 격상시키는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를 ‘21세기의 성장센터’로 지목하고 ‘아시아 경제 배증계획’을 발표하여 지금의 총계 12조달러를 2020년에는 24조달러로 배증시킬 구체적 플랜을 펴고 있다. 아울러 일본 엔화 통화권으로 만들려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는 이 난을 통하여 아세안이 중국과 일본의 경쟁을 역이용하여 어부지리(漁夫之利)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한국은 또 하나의 어부지리를 주는 역외 경쟁자가 아니라 한·아세안의 공동의 파트너십으로 중·일에 대하여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역내 어부동맹의 구도로 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사실 아세안 10개국은 한국과 함께 역사적으로 식민지 경험과 중국의 화이(華夷)사상의 그늘을 체험했으며 지금 다시 중·일의 팽창정책의 위협을 공동으로 느끼고 있다. 이때 한국은 절대로 중·일과 같은 모양새, 비슷한 발걸음을 보여서는 안된다. 아시아의 역사적 피해국의 동병상련의 자세와 걸음걸이를 보여야 한다.

지금의 세계금융위기 역시 미국이 ‘주범’이지만 중국과 일본이 보유 달러를 초 저이자로 과잉 공급한 ‘공범’이며 따라서 한국과 아세안은 피해국이다. 따라서 역사적·현실적 피해를 받는 ‘피해자동맹’으로 가야 한다. 피해자동맹에서 ‘어부동맹’으로 가는 모델로 한·아세안 관계를 끌고 가야 한다.

우리는 ‘동병상련’ 전략 써야

가령 사실상의 AMF를 ‘어부동맹’ 형태로 끌고 가면 아세안 20%, 한국 16% 지분으로 중·일의 각 32% 지분을 이길 수 있으며 중·일의 의도대로 가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의 아세안, 일본의 아세안이 아니라 아세안의 중국, 아세안의 일본으로 가는 길이다. 녹색성장도 마찬가지다. 녹색기술의 빈 쭉정이 나라인 한국은 녹색기술 선진국에 대해서도 아세안과 ‘피해자동맹’ 혹은 ‘어부동맹’ 형태로 ‘기술 이전’과 ‘그린펀드’를 요구할 수 있으며 그래야 그린 조정자로서의 길도 열린다.

경제위기 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한·아세안의 어부동맹으로 새롭게 가동시킬 새 성장엔진다운 글로벌 ‘마셜플랜’이 던져짐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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