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커버린 애들 외모도 행동도 ‘애어른’

2009.11.01 14:32

어른들 뺨치는 유행·소비…욕설 늘고 대중문화 열광

경쟁 익숙해져 공존 몰라…똑똑하나 창의·배려 부족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키우는 주부 김은미씨(39·서울 방배동)는 얼마 전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지령 20000호 특집]너무 일찍 커버린 애들 외모도 행동도 ‘애어른’

날씨가 추워지자 딸을 위해 백화점에서 가을 점퍼를 하나 사왔는데 딸이 좋아하기는커녕 “이런 촌스러운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냐”며 투정을 부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딸을 야단치려 했지만 딸은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옷을 골라왔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 아이들이 자기주장이 강한 데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더라도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고집한다더군요. 집에서 새 옷을 사주기만 해도 고마워했던 우리 때와는 너무 달라요.”

아이들, 특히 초등학생들의 성장 속도가 부쩍 빨라지고 있다.

[지령 20000호 특집]너무 일찍 커버린 애들 외모도 행동도 ‘애어른’

과거와 달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덕분에 체격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으로 조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애어른 같은’ 어린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북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박세미양(10)은 얼마 전 친구를 따라 처음 네일숍을 가봤다. 친구는 엄마와 함께 열흘에 한 번씩 네일숍에서 손톱정리를 한다며 자랑했다. 알고 보니 30여명의 같은 반 친구들 중 서너 명이 이미 정기적으로 네일숍을 다니고 있었다. 박양은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경락마사지를 받는 친구들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에 사는 주부 정모씨(37) 역시 “얼마 전 자녀의 학급에 콜라, 사이다 등을 간식과 함께 가져갔다가 아이들이 건강에 안 좋은 청량음료를 사왔다고 불평을 늘어놓아 그냥 가져온 적이 있다”며 “하는 행동이나 말투 등이 어른 뺨쳐 놀랐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흡수하면서 더욱 어른스러워지고 있다. 요즘 초등생들은 각종 인터넷 게임을 접하면서 욕설 문화에 익숙해지고, 가요·드라마 등 대중문화에도 일찍 눈을 뜬다.

경향신문이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의 5학년 학급(3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0%(19명) 정도가 인터넷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주 1회 이상 사용하고 있었다. 또 인터넷을 통해 가요 음원, 휴대전화 벨소리 등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학생들도 80%(24명)나 됐다.

[지령 20000호 특집]너무 일찍 커버린 애들 외모도 행동도 ‘애어른’

온라인 음악포털 엠넷(www.mnet.com)의 한 관계자는 “요즘 연예인에 대한 인지도가 초등생들 사이에서 높아져가고 있다”며 “자사 포털 이용자의 30%가 초등생을 포함한 10대로 아이돌 가수 팬카페의 경우 초등생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생들의 외양과 행동은 어른스러워지는 반면 문제해결 능력, 배려심 등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씨(33)는 “요즘 아이들이 똑똑하지만 넘치는 정보를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창의성은 과거보다 떨어진다”며 “특히 자신만 알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것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김호기 교수(사회학과)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학원 등에 다니며 경쟁논리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한다”며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이익과는 관계없는 공동체 문제에는 무관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데 이는 어른들이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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