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만 따지면 ‘불행한 아이’ 만든다

2010.02.01 17:43
손병목| 학부모 포털 부모2.0(www.bumo2.com) 대표

엄마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아이들의 공부 태도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준성이 엄마는 그 반대의 이유로 상담을 요청해왔다. 엄마가 보기에 아이는 매우 똑똑했다.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다. 그런데 한두 문제만 틀려도 매우 신경질적으로 변한다는 게 문제였다. 평상시 공부할 때도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짜증을 많이 내는 편이다. 한 문제를 틀려 95점을 받고도 신경질을 내니 우수한 성적임에도 엄마가 다독거리기 일쑤다. 한두 문제 틀릴 수 있지, 다음에 맞히면 되잖아. 이렇게 위로해도 아이의 화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급기야 달래던 엄마가 오히려 화가 나서,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야단치기도 한다니.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가 보면 도저히 이해 못할 상황일 것이다.

주위에 준성이와 같은 아이들이 꽤 있다. 왜 이들은 성적이 잘 나와도 짜증을 낼까? 엄마가 괜찮다고 위로해도 왜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불만족한 상황일까? 이유를 말씀 드리기 전에 부모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지,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 이를 위해 오늘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즉 자녀교육의 원칙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왜냐하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발생하는 거의 모든 문제는 이 원칙에 근거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이 확고한 부모는 대개 아이와의 갈등을 쉽게 해결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부모는 사건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속을 태운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길 바란다. 그래야 사회에 나가서 잘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부를 잘하게 하는 목적이 성적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에 집착하다보면 이 근본 목적을 잊을 때가 많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사회에서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불행하고 실패하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사례와 실험 결과를 통해 보건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성적이 아니라 성격이다. 결국 자녀교육의 원칙은 아이가 어떠한 성격을 갖도록 도와줄 것인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리학자 캐럴드웩 교수는 많은 실험을 거쳐 사회에서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성격과 그렇지 않은 성격을 발견했다. 일명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는 실패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약한 반면, ‘학습목표’ 성향의 아이는 실패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공부를 왜 하는가? 공부는 ‘배우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면 학습목표 성향이다. 반면 공부는 결국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면 평가목표 성향이다. 아이들 마음속에는 이 두 마음이 함께 있지만 대개 둘 중 하나의 성향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시험을 치러서 틀린 문제가 있으면 누구나 아쉬워한다. 그러나 그 이후의 선택은 다르다. 학습목표 성향의 아이는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 배우는 자세로 노력한다. 반면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는 아쉬워하고 속상해하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하다. 시험에서 똑같이 틀렸지만 누구는 배우는 기회로 생각하고 누구는 실수와 실패에 대한 기억만 가득하다. 틀린 문제가 있으면, 비록 아쉽지만 그 마음은 툭툭 털어버리고, 다음에는 맞히겠다는 심정으로 노력하면 되지 않은가? 우리 아이에게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격이다. 그런데 준성이는 95점을 받고도 행복이 아닌 불행을 선택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의 합이 곧 그 사람이다.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심리체계, 이것을 ‘성격’이라 부른다. 성격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지만 대개 사회에 나갈 때쯤 이미 성격은 완성된다. 아이의 학창시절과 일치한다.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면서 내뱉은 한 마디, 성적이 잘 나왔을 때의 칭찬 한 마디,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의 야단 한 마디,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준성이는 ‘현재’ 평가목표 성향이 매우 강한 아이다. ‘현재’라고 한 것은 아직은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는 준성이처럼 지나치게 예민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기력하기도 하다. 그러나 둘 다 평가 결과가 아주 좋지 않으면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평가목표와 학습목표 성향의 차이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더불어 행복하고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부모의 언어습관, 칭찬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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