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LDP무용단 대표 신창호

2010.12.21 21:08 입력 2010.12.21 23:49 수정
글 유인화·사진 김영민 기자

‘노 코멘트’ 몸으로 세상과 얘기하련다

신창호(33·LDP무용단 대표)의 안무작 ‘No Comment’는 우리나라 무용사의 한 부분이다. 2002년 초연 후 지금까지 국내외 공연 횟수만 57회. 한두 번 공연으로 수명을 다하는 대부분의 무용작품과 달리 지난 8년간 가장 많이 공연된 창작춤으로 기록된다. ‘No Comment’는 어떤 작품이기에 ‘신창호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춤’으로 사랑받고 있을까. 독일·영국·포르투갈·네덜란드·스웨덴·이스라엘·미국·이탈리아·스위스·중국 등 세계에서 이 춤을 초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뿐인가. 울산·김해·대구·포항·인천·거제도까지 국내 공연장에서도 ‘No Comment’에 열광하는 이유는?

[문화 프런티어](12) LDP무용단 대표 신창호

신창호는 TV 뉴스에서 이라크전 당시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마구 때리며 우는 장면을 보고 ‘No Comment’를 안무했다. 무용원 출신으로 구성된 LDP무용단의 대표작인 이 춤은 신창호를 비롯해 14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바지와 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무대 위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채우는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셔츠 속에 손을 넣어 ‘쿵쿵’ 가슴을 치면서 심장 박동의 움직임을 화려하게 보여주고, 중동 음악의 이국적 리듬에 온 몸을 맡긴 채 객석과 무대를 뛰어다닌다. 초연 당시엔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춤이었는데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작품 색깔도 조금씩 밝아졌다고 한다.

자신의 생일이던 지난 16일 사진 촬영을 위해 기자를 만난 신창호는 평시보다 훨씬 수척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3~28일 유럽공연 ‘Korea Moves’의 한 팀인 LDP무용단을 이끌고 ‘No Comment’를 비롯해 ‘약속하시겠습니까’(전미숙 안무), ‘Modern Feeling’(이인수 안무)을 순회공연한 후유증 때문일까.

“유럽 관객들반응이 너무 뜨거웠습니다. 제가 어지간해선 공연중 긴장하지 않는데, 10년 만에 오른 런던 무대에선 떨리더군요.”

‘No Comment’는 때와 장소 따라 12분짜리 미니 버전부터 28분짜리 오아시스 버전까지, 8~14명 출연의 다양한 버전이 가능하다. 신창호의 춤은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파격적인 에너지 활용을 키워드로 한다. 그는 사실 처음부터 춤을 추고 싶었던 건 아니다. 부모는 몸이 허약한 그에게 운동을 권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아버지의 친구가 야구부 감독이라는 이유로 야구선수가 됐고 서석중학교에선 검도선수로 활동했다. 조선대부고에선 클라리넷을 하고 싶었는데, 음악선생님이 “입술이 두꺼워 관악기 소리를 잘 내지 못할 것”이라며 드럼을 권했다. 무용은 어머니의 권유로 고1 여름방학부터 시작했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발레를 전공한 어머니는 4남매 중 한 명이라도 춤을 추기 원했다.

신창호가 2002년부터 만든 창작품은 지난 10월 안무한 ‘Share the body-몸의 공유’를 비롯해 지난해 ‘눈과 눈의 접촉’ ‘Knock three times’ ‘Platform’, 2008년 ‘It’s my life’ ‘Holding my Ground’ ‘Long Slow Distance’, 2006년 ‘Push & Pull’, 2004년 ‘Parallel Life’, 2002년 ‘깊이에의 조건’ 등 12편. 특히 처용무를 주제로 한 ‘Holding my Ground’는 제16회 무용예술상 안무가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받은 작품이다. 2008년에는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에서 최우수 안무상을, 지난달에는 제2회 서울문화투데이 젊은예술가상을 각각 받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No Comment’ ‘Platform’의 순. 앞으로는 움직임의 에너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생각의 에너지를 통해 작품 주제를 심도있게 담을 예정이다.

내년 3월엔 성균관대 무용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춤 자체를 탐닉하지 않고 인접 장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춤의 영역을 넓히고 싶어서다. “춤작품을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 미학과 미술 등 관련 장르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이 절실했습니다. 안무자 혼자만 아는 표현방법으론 관객과의 원활한 소통이 불가능하지요. 무대미술, 음악, 조명 등 인접 장르와의 공동작업이 중요합니다.”

내년 2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안무자 필립 에글리와 2주일간 공동작업한다. 한국현대무용협회의 춤축제 ‘MODAFE’ 초청으로 이뤄진 이 작업은 제네바 공연 후 내년 5월 한국에서 선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재학하다 1999년 영국 라반센터 트랜지션컴퍼니 단원으로 활동한 그는 귀국 후 무용원 전문사(대학원) 과정을 졸업했고, 2005년 8월15일부터 1년 동안 스위스 생갈렌 시립무용단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생갈렌 시립무용단장이던 필립 에글리와의 인연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몸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는 신창호는 춤도 잘 춘다. 지난 7월 전미숙 안무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서 관객에게 호소하는 섬세한 움직임으로 작품을 살렸다.

“춤을 통해 몸의 언어를 배웠고, 몸으로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안무도 하고 춤도 추고 싶습니다. 나의 안무작을 가장 잘 표현할 무용수는 내 자신인 것 같아요. 너무 어렵지 않은, 그렇다고 너무 대중적이지도 않은 춤을 만들고 싶습니다. 편안히 감상하면서도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되는 춤,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춤을 안무하고 싶은데…너무 욕심이 큰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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