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으로 끝나가는 새누리 ‘쇄신 파동’

2012.10.09 22:09

견고한 ‘보수 불변’의 벽에 자기혁신 능력 부재만 노출

새누리당 쇄신론이 ‘미봉’으로 마감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는 경제민주화 좌표 설정, 비리 전력 인사 영입으로 인한 정치쇄신 훼손 논란, 당 지도부 전면 쇄신 등 어느 것 하나에도 똑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화합 명분으로 과거 친박근혜(친박) 인사에서 벗어났던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선대위 조정의 중책을 맡기는 대안만 등장했다. 그 결과 변화를 대선 화두로 세웠던 새누리당에서 견고한 ‘보수 불변’의 벽과 협소한 인재 풀, ‘박근혜 1인 체제’, 자기혁신 능력 부재라는 문제점들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원내대표의 선대위 총괄본부장 기용은 경제민주화 혼선으로 퇴진을 요구받은 이한구 원내대표 거취의 해법으로 꺼내든 것이다. 이들을 선대위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으로 형식적 2선 후퇴를 시키고 실질적 조정의 힘을 김 전 원내대표에게 줘 이들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퇴진이라기보다는 “기능적 조정”(선대위 관계자)인 셈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왼쪽)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왼쪽)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하지만 당장 김 전 원내대표의 총괄본부장 기용에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4·11 총선 당시 백의종군으로 당에 기여했지만, 과거 ‘종북’ 색깔론 발언을 하는 등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변화와는 맞지 않는 강경 보수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툭툭 던지는 발언 중에서 굉장히 국민 눈높이에 벗어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선대위) 일만 하고 말을 해선 안된다”(초선 의원)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선대기구 한 관계자는 “그가 총괄본부장으로 등장하면 (이 원내대표 등) 다른 분들도 자연스레 상처를 덜 받고 2선으로 물러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친박계 초선 의원은 “후보에게 대안 없이 모든 걸 다 바꾸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쇄신파도) 다들 차선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 등 “백지에서 출발하자”며 시작된 새누리당의 ‘쇄신 쿠데타’는 5일 천하로 미봉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의 대안 기용은 “새누리스럽다”는 지적대로 지금 새누리당과 보수의 문제점도 보여준다. ‘최선 아닌 차선’에서 보여지는 인재 풀의 한계와 소장·쇄신파 목소리를 매번 좌절시키는 보수의 벽 등이다. 쇄신론의 배경이 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을 “그분들은 도와주러 오신 분들이지 실제 선거를 하러 온 것 아니다”(당 핵심 관계자)라고 선을 긋는 데서 보듯 외부 영입인사를 ‘얼굴 마담’ 정도로 여기는 인식도 문제다. 추상적인 ‘화합’ 카드를 대안으로 내세운 점은 결국 쇄신 요구를 내홍·권력투쟁 정도로만 본다는 증거다. 박 후보가 직접 설득에 나서 사실상 진압에 가까운 미봉을 한 모양새를 두곤 ‘박근혜 1인 체제’를 재확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 쇄신론을 미봉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혁신 능력 부족의 모습이다.

박 후보가 미봉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불분명한 경제민주화 역할 구분,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기용 여부, 전 비상대책위원들이 제기한 박 후보 비서진 4인방 역할 문제 등은 향후 뇌관들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