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봤더니…” 현장 중시 박근혜 화법

2013.01.28 22:06 입력 2013.01.28 23:42 수정
이지선 기자

자칫 참모 등 다른 목소리 차단 역효과 우려

기초연금 문제 놓고 “쉬운 말로 설명” 주문도

“그러고 보면 제가 다닌 데가 참 많지요?(웃음) 전부 제가 어디를 갔는데, 어디를 갔는데….”

지난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국정과제토론회 도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농축산인을 위한 정책을 챙겨달라고 당부하는 박 당선인 입에서는 ‘누구를 만나봤더니’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작년 볼라벤 태풍이 불었을 때 어느 배 농가에 갔는데 재해보험 피해조사가 늦어져 낙과를 수거하지 못한 채 썩어가더라” “제가 네덜란드를 방문했는데 농업정책 관계자가 ‘우리 농업은 95%가 과학기술이고 5%만이 노동’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참 인상깊게 들었다”는 등 현장 방문 사례를 언급하면서 정책 방향을 잡아주는 식이다.

고용복지분과 토론이 열린 28일에도 박 당선인은 “제가 2011년 9월쯤 인천의 광역자활센터 또 인천 남동구 고용센터를 방문했었는데…”라며 고용센터와 자활센터의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점검해서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당선인이 현장을 강조하는 것은 실제 도움이 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창한 구호보다 손톱 밑 가시를 빼는 것이 급선무” “먼 길 아무리 좋은 구경을 간다고 해도, 신발 안에 돌멩이가 있으면 힘들어서 다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는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그는 인수위 출범 이후 첫 일정으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정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데 있어 현장 목소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내용을 적은 메모를 인수위 경제 1·2분과에 전달했다.

박 당선인은 또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요구한 사항을 바탕으로 인수위원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제가 어떤 기초생활수급자 집을 방문했는데 막 가계부를 내놓고 수도세가 분리징수가 안돼 힘들다고 하면서 요청한 것이 있다”면서 “아시는 분이 계시나요? 어떻게 할 수 있는지요?”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지속적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면서 현장 중심 일정을 만들고 동선을 짜라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박 당선인은 정책을 쉬운 언어로 자세히 설명해 줄 것도 주문했다. 그는 28일 기초연금 문제를 놓고 “제가 그것을 쉽게 한번 설명해 보려고 한다”며 토론의 상당 부분을 기초연금 설명에 할애했다. 박 당선인은 보고자의 설명을 언급하면서 “아까 ‘A값의 곱하기 10%’ 이렇게 하면 국민들에게는 너무 복잡하다. 지금 살기도 바쁜데 그렇게 복잡하게 설명하시면 안된다, 정말”이라며 “딱 들으면 ‘아, 무슨 얘기다’ 이렇게 알아듣게 설명하면 되겠지요?”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자신의 정책을 직접 설명해 보인 것은 보도자료나 공약집에 담긴 어려운 언어가 아닌 쉽게 설명해야 정확히 전달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한 측근은 “박 당선인은 선거 때 현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바를 연설 등에서도 쉬운 언어로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선인의 ‘내가 가봤더니…’식의 화법이 자칫 참모들의 입을 막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선인 스스로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내가 들어보니 그렇더라’는 말로 그 이외에 다른 목소리를 차단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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