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인간이 ‘이야기’를 즐기고 만들며 진화시켜 온 이유 ‘생존 본능’

2013.02.01 19:32
이대원 기자

▲이야기의 기원…브라이언 보이드 지음·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 612쪽 | 2만7000원

<이야기의 기원>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다윈의 <종의 기원>의 학문적 패러디이다. <종의 기원>이 발표된 지 한 세기 반. 다윈의 진화론과 두뇌의 기능 및 구조 연구에 기초해 형성된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인지과학 등은 인류학·생물학·심리학 같은 여러 학문들의 면모를 변화시켰다.

저자는 이 책 1편에서 이야기와 스토리텔링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인지과학과 진화론을 차용하고 있다. 그는 예술을 생존과 종 번식을 위한 투쟁에서 이점을 얻으려는 적응 과정으로, 놀이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다.

[책과 삶]인간이 ‘이야기’를 즐기고 만들며 진화시켜 온 이유 ‘생존 본능’

많은 고등동물들은 도망과 추격, 공격과 방어 같은 놀이를 통해 생존을 위한 적응성을 높인다. 덜 위급한 상황에서 이 같은 놀이를 연습할 기회를 가진 동물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고급 예술은 특별한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2편에서 저자는 여러 예술 분야 중에서도 특히 픽션에 주목한다. 예술과 픽션의 자연주의적 설명을 개괄해 둘 모두가 적응임을 논증한다. “우리는 왜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서로 믿지도 않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과서보다는 소설을, 다큐멘터리보다 극영화를 더 좋아한다. “우리가 예술과 스토리텔링에 참여하도록 진화된 이유는 우리 종이 생존하는 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탐닉은 사회적 인지를 향상시키고 협력을 강화하며 창의력을 촉진한다.

저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닥터 수스의 동화 <호턴이 듣고 있어!>를 분석해 문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감상을 심화한다. 이 두 작품은 고대와 현대, 어른과 아이, 진지함과 코믹함, 거창함과 간결함의 대비를 이룬다.

<오디세이아>의 분석에서 저자는 관심, 지능, 협력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과 플롯, 구성은 관심을 끌기 위한 진화론적 전략의 일환으로 설명된다. “이야기를 공연하는 시인으로서 호메로스는 먼저 청중을 잡고 끌고 움직여야 한다. 청중이 지루해 하면 그는 다시 만찬에 초대받지 못할 것이다. … 수천년 동안 인류가 <오디세이아>를 감상한 주요 이유로는 오디세우스와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 전설에서 가지는 특별한 위치도 있지만, 그보다는 모든 이야기의 핵심인 인물과 플롯의 특징이 더 중요하다.”

<오디세이아>가 전통이나 종교와 밀접했던 시기를 탐구하는 반면 <호턴이 듣고 있어!>는 혁신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의 산물이다. <오디세이아>의 사례에서 픽션의 요소들을 소개한다면 <호턴이 듣고 있어!>의 분석은 다양한 차원의 독해 혹은 문학적 설명을 소개하며, 단일한 이야기의 특수한 상황을 검토한다. <호턴이 듣고 있어!> 같은 단순한 어린이용 이야기도 사회적 인지를 발전시키고, 협력을 장려하며, 상상력을 길러준다.

상이한 두 작품의 분석을 통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내린다. “호메로스의 구성 양식과 목적은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그에 비해 닥터 수스의 방법과 목적은 즉각 되살릴 수 있으며, 창조성이 다윈의 기계처럼 변이와 선택의 반복된 주기를 통해 작동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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