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때 내린 눈, 냉해 속출

2013.04.21 21:30 입력 2013.04.21 23:02 수정

추풍령 78년 만에 가장 늦은 눈

기압골 영향 쌀쌀한 날씨 지속

전국적으로 벚꽃이 만개하고 절기상 ‘곡우’를 맞은 지난 20일 충청 내륙과 강원·경북 산간지역에 때아닌 눈이 내렸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봄의 마지막 절기다. 4월 하순에 갑작스럽게 ‘봄 눈’이 내리면서 과수농가 등에선 냉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21일 중국 북쪽에서 발달한 고기압에 의해 찬 공기가 한반도 남부 내륙지방까지 내려오면서 일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상층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강원 영서와 충청·경북 등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내렸고 특히 고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기온이 낮아 비가 눈으로 바뀐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눈으로 추풍령은 1935년 기상대가 만들어져 관측을 시작한 이래 78년 만에 ‘가장 늦은 눈’이 온 진기록을 세웠다. 대구 팔공산과 대전, 충남 보령, 충북 제천·보은, 경북 구미·안동·상주 지역도 관측 이래 가장 늦은 눈 기록을 새로 썼다. 적설량은 충남 금산이 3.0㎝로 가장 많았고 태백·진부령은 1.5㎝, 대관령 1.0㎝, 충남 계룡은 0.3㎝의 눈이 내렸다.

충북 단양군 소백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21일 전날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인 길을 걷고 있다. | 연합뉴스

충북 단양군 소백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21일 전날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인 길을 걷고 있다. | 연합뉴스

포도 생산지인 충북 영동지역에선 지난 11일 전후 몰아닥친 꽃샘추위와 눈으로 한 차례 피해를 입은 뒤 다시 눈이 내려 포도의 새순이 흑갈색으로 변하는 등 냉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농민 김모씨(63)는 “포도나무는 한 차례 냉해를 입을 경우 적어도 3년 동안은 과실이 제대로 맺지 않는 등 여파가 크다”며 “포도 등 과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 들어 유독 봄날씨의 변덕이 심하고 꽃샘추위가 반복되는 이유를 기압골의 흐름으로 설명했다. 인희진 기상청 통보관은 “올봄에는 일본 동쪽에 (상하로 길게) 자리한 키 큰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쪽의 찬 공기가 길이 막힌 채 제자리를 맴돌다가 한반도로 가끔씩 내려오고 있다”며 “이렇게 상층의 찬 공기가 내려올 때마다 대기가 불안정해지며 비나 눈이 자주 내리고 기온도 평년보다 낮은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쌀쌀하고 일교차가 큰 날씨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일과 24일에 걸쳐 전국적으로 또다시 비가 내리며 기온이 떨어졌다가 금주 후반부터 날씨가 점차 풀려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