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옥시 사과 진심이라면 자체 진상 규명에 나서라

2016.05.02 20:48 입력 2016.05.02 20:49 수정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옥시(RB코리아)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사과했다.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는 “제품을 사용한 1·2등급 판정자들에게 보상할 것이며, 발표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살균제로 고통받은 다른 분들에게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옥시의 사과에서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 옥시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검찰 수사가 영국 본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마련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인상이 짙다. 옥시 측의 이른바 사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지난달 21일에는 사과문이 아닌 ‘가습기 살균제 관련해 말씀드린다’는 입장자료를, 그것도 기자들의 e메일로 보낸 바 있다.

무릇 사과라 함은 가해자가 피해자 앞에서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소상히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와 가족들 앞이 아닌 언론을 통한 옥시의 사과는 면피성일 뿐 아니라, 불완전 사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피해자들도 “5년간이나 외면하던 피해자들의 사과 요구를 고작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본류라 할 수 있다. 약 10년간 판매한 제품만 450만개가 넘는다. 1·2차 조사에서 확인된 1·2등급 피해자 221명 중에 옥시제품 사용자는 178명에 이르고, 그중 7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옥시는 살균제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인터넷 댓글들을 삭제하고, 유리한 보고서를 발주하는 등 사건을 축소·왜곡·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심지어 법인을 해산하고 유한회사로 전환, 법인의 형사처벌을 모면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어제의 사과 내용을 뜯어봐도 진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피해보상 대책만 나열했다. 돈 몇 푼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옥시의 안하무인격 행태에 여론이 들끓고, 불매운동 등 소비자 운동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옥시 측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언제, 어디서부터,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체적인 진상 규명 작업을 벌여 그 결과를 피해자와 가족들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런 다음 피해자들의 용서를 진심으로 구하고 피해자와 협의해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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