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이어 두 번째로 ‘기호용’도 합법화
온라인·우편 통해서도 판매
주정부 운영 직영점도 예정
대마초 이용률 높은 국가들
차선책으로 ‘기호용’ 합법화
캐나다 시장 규모 62억달러
양성화로 세수 창출 등 노려
대마초 음료 등 신사업 부상
중독률 상승 부작용 우려
일부 주, 합법화 안 따를 듯
캐나다가 17일(현지시간)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했다. 지난 6월 의회에서 통과된 대마초 합법화 법안(C-45)이 이날부터 발효됐다.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대마초를 재배·소지·소비할 수 있다. 단, 개인의 경우 소지는 30g, 재배는 4그루 이하로 제한된다.
대량 생산과 판매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 정부는 120건가량의 대마초 생산 허가를 발급했다. 이날 최소 111개의 소매점이 캐나다 전역에서 문을 열었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직영점도 등장할 예정이다.
연방정부 차원의 합법화인 만큼 주간 거래도 허용된다. 온라인과 우편 판매도 가능하다. 대마초 재배를 위한 대출과 투자도 가능해진다.
세금은 대마초 1g당 1캐나다달러(약 869원) 또는 10%의 세율로 부과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새로운 세원이다. 주정부는 별도의 지방세를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할 수 있다. 18세 이상의 범위에서 구매 연령을 조정할 수 있고, 흡연구역을 제한할 수도 있다.
2001년 의료용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한 캐나다는 이날 기호용도 합법화하면서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가 차원에서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한 나라가 됐다. 주요 7개국(G7) 국가들 중에서는 최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전날 “대마초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서 합법화한 게 아니다. 범죄 조직의 수익을 줄이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 전면 합법화, 미주 대륙에 집중
대마초는 고대부터 편두통 완화제로 쓰여왔다. 칸나비놀(CBD)이라는 성분이 진통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각작용과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하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성분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합법화는 의료용으로 먼저 시작됐다. CBD 성분이 진통 효과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전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다. 1992년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 생산을 허용한 이후 독일,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등 29개국에서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미국 경제 웹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콜로라도·캘리포니아 등 30개주에서 의료용 대마초가 합법이다.
그러나 기호용으로도 합법화한 국가는 캐나다와 우루과이뿐이다. 미국은 9개주와 워싱턴이 합법화했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여전히 불법이다. 합법화한 나라는 모두 미주에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북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북한에서 대마초는 불법 마약에 포함돼 있지 않다. 네덜란드는 특정 장소에 한해, 방글라데시는 종교적 목적 등에 한해서만 합법이다.
이는 기호용 대마초 찬성론만큼이나 반대론도 거세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대마초가 다른 마약은 물론 담배나 술보다도 중독성이 약하다며 합법화나 비범죄화를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중독자를 양산할 우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을 든다. 이 때문에 기호용 합법화는 근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연한 지역에서 차선책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합법화가 추진되거나 성사된 지역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근절 불가능하면 차라리 양성화
우루과이, 캐나다, 미국 모두 대마초 이용률이 높다. 2015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4%는 적어도 한번은 대마초를 피워봤으며 10명 중 1명은 계속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캐나다는 대마초 흡연자가 49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우루과이도 2013년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킬 당시 연간 대마초 소비량이 22t에 달했다. 근절이 불가능하다면 양성화를 통해 불법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생상의 위험이라도 줄여보자는 게 합법화 취지 중 하나였다. 합법화 논의가 진행 중인 영국과 뉴질랜드 등도 대마초 흡연율이 높다.
특히 보다 강한 마약들이 넘쳐나는 미주 대륙에서는 대마초가 일종의 대체재 역할도 한다. 세계 최대의 코카인·헤로인 산지인 중남미와 이들 마약의 주 소비시장이자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남용률 1위인 미국, 오피오이드 남용률 2위인 캐나다 등지에서 대마초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금연 보조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과테말라 등 상당수의 중남미 국가에서 합법화 요구가 거센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 커지는 대마초 시장
근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퍼졌다는 건 시장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대마초 시장조사기관 그린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대마초 판매액은 82억달러에 달했다. 캐나다도 2015년 기준 거래액이 62억달러였다. 이는 70억달러 규모인 포도주 시장에 육박한다. 양성화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부가 불법 유통 조직 등에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이는 합법화할 경우 세수, 고용,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캐나다 통계청은 올해 4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에서는 올해 4분기 8억1600만~11억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마초 관련 신사업들도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맥주를 생산하는 미국의 콘스털레이션 브랜즈는 지난해 캐나다의 대마초 제조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마초 음료사업에 뛰어들었다. 코카콜라도 다른 캐나다 대마초 업체 오로라 캐너비스와 함께 대마초 성분이 첨가된 건강음료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대마초 관련 업체들에 투자가 몰리면서 ‘골드 러시’를 빗댄 ‘그린 러시’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대마초 시장조사업체 아크뷰마켓리서치는 미국과 캐나다의 합법 대마초 시장 규모가 지난해 91억달러에서 오는 2022년 28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마초 합법화 논의에서 이제 ‘돈’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레바논도 무역적자 해소 차원에서 합법화를 검토 중이다.
■ 부작용 우려는 여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루과이에서는 지난해 합법화 이후 대마초 중독자가 늘고 있다. 우루과이 대마초 통제규제국에 등록된 대마초 구매 자격자는 지난해 7월 4900명에서 올 4월 2만3000여명으로 9개월 만에 5배 가까이 불어났다. 대마초가 ‘입문용 마약’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마초 중독자 상당수가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환각작용에 따른 안전사고 등도 우려된다. 미국 LA카운티 공공보건국이 지난 7월 낸 자료에 따르면 대마초 이용자 30%가량이 학업과 직장 생활에 지장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THC 성분은 다량 섭취할 경우 뇌세포를 파괴할 수 있으며 담배보다 강한 간접흡연 효과를 갖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에서도 일부 주는 연방정부의 합법화 방침에 따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도 대마초 합법화가 마약 억제를 위한 국제협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