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서 잘 몰랐던 ‘이웃새’ 참새, 천적 피해 ‘더 무서운’ 사람 곁에 산다

2019.08.22 19:45 입력 2019.08.22 23:38 수정

농경지보다 주택가에서 서식 밀도 32배 더 높아

일본 산간선 인구 줄면서 참새도 함께 감소 사례도

환경 열악해지며 1990년대부터 국내 개체 수 급감

진딧물 먹는 참새 줄면, 식물에도 피해

도시에 사는 이들이 집 근처와 출근길, 가까운 공원 등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도시동물’은 무엇일까. 흔히 비둘기나 까치, 길고양이 등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사실 사람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동물은 다름 아닌 참새다. 참새들은 크기도 작고,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기에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이웃새’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히 사람들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참새가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과 가까운 곳에 살며 삼림이 울창한 지역에서는 흔히 관찰되지 않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22일 국립공원연구원 부원장이자 조류 연구자인 채희영 박사가 최근 출간한 <익숙한 듯 낯선 이웃, 참새가 궁금해>에 따르면, 참새는 해발 1000m 이상이어도 사람이 사는 지역이면 살아가는 새다. 사람이 살지 않던 해발 1400m 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숙박시설, 상점 등이 들어서자 참새도 살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반대로 일본 나가노의 산간지역에서는 사람이 줄자 참새도 감소하고, 사람이 살지 않게 되자 참새도 모습을 감춘 사례가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채 박사는 “이는 사람을 천적으로 여기는 까치, 까마귀, 매, 족제비, 뱀 등이 사람이 사는 곳을 싫어하는 것과 정반대 모습”이라며 “참새가 사람 곁에 사는 이유는 천적인 이들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천적을 피해 ‘훨씬 더 무서운’ 사람 곁으로 숨어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농경지와 주택가의 참새 평균 서식밀도를 비교하면 100㏊(헥타르)당 농경지에는 14.2마리, 주택가에는 452.7마리로 주택가의 서식 밀도가 32배 가까이 높다. 사람이 사는 마을 주변에는 참새가 둥지를 틀 만한 장소가 많다는 것도 사람 가까이에 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참새는 유라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 넓게 분포하는 새로 아프리카가 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15종 가운데 국내에 서식하는 종은 참새와 섬참새, 집참새 3종이다. 참새의 몸길이는 14㎝, 무게는 20g 정도다.

참새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채 박사에 따르면 1982년 국내의 참새 서식밀도는 100㏊당 469.9마리였으나 1990년에는 약 200마리, 1997년에는 183.6마리로 줄어들었다. 이후로도 꾸준히 감소해 2004년 105.4마리, 2006년 108.3마리였고, 2010년에는 100마리 밑으로 떨어져 95.4마리를 기록했다. 이후 2014년 147.3마리, 2015년 154.6마리, 2016년 135.2마리, 2017년 172.4마리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채 박사는 “참새 서식밀도를 100㏊당 100마리로 산정하면 한국에 사는 참새는 약 1000만마리”라며 “증감을 반복하기는 하지만 전체 참새 개체수는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흔해서 잘 몰랐던 ‘이웃새’ 참새, 천적 피해 ‘더 무서운’ 사람 곁에 산다

채 박사는 참새 개체수가 줄어든 이유로 질 좋은 먹이를 쉽게 구하고 둥지를 안정적으로 틀 수 있는 환경이 감소한 점을 들었다. 특히 도시는 농촌에 비해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일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알을 적게 낳게 되고, 부화한 새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일찍 죽는 일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희대 생물학과 연구진이 2006~2008년 서울시의 참새 수를 조사해보니 강남역이나 논현동에 사는 참새 수는 100㏊당 약 80마리로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참새 수가 줄었다 해도 가까운 시일 내에 멸종할 위기에 놓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참새가 줄어드는 것을 이대로 방관한다면 생태계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인간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 중 하나이자 도시,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새의 모습.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채 박사는 “참새가 줄면 참새 먹잇감인 진딧물이 늘어나고, 시들어 죽는 식물도 그만큼 많아진다”며 “참새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지 한 종의 감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 애벌레를 먹고사는 박새 같은 작은 새, 작은 새를 먹잇감으로 삼는 황조롱이 같은 큰 새까지 이어지는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참새가 줄어들면 농업 피해는 더 커질지 모른다”며 “일본에서는 참새가 벼 해충이나 잡초 씨앗을 먹기 때문에 유익하며, 참새가 줄어든 결과 해충이 크게 늘어난 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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