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사인 꺼진 뒤 온전하게 드러난 ‘유흥업소의 민낯’

2020.08.19 20:45 입력 2020.08.19 20:47 수정

‘집단감염’ 광주 상무지구

50여개 유흥업소가 밀집한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거리의 18일 밤 모습. 빌딩 외벽의 유흥업소 간판이 모두 꺼져 있고 거리에는 행인들의 발길도 끊겼다. 광주시는 유흥업소와 관련해 1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16일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50여개 유흥업소가 밀집한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거리의 18일 밤 모습. 빌딩 외벽의 유흥업소 간판이 모두 꺼져 있고 거리에는 행인들의 발길도 끊겼다. 광주시는 유흥업소와 관련해 1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16일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노래홀 등 밀집한 거리 조용
확진 접객원 동선 보니 밤새
업소 여러곳 옮겨다니며 일
지역 여성 접객원 수 첫 파악
800명 익명으로 검사 진행 중

네온사인이 꺼진 거리는 낯설었다. 원색의 화려한 불빛들이 깜박였던 빌딩 외벽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간간이 차와 사람이 지나갔지만 떠들썩한 유흥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이곳에서 장사한 지 10년 가까이 됐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밤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유흥업소 밀집지역은 사흘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이곳은 사거리를 중심으로 노래홀과 유흥주점 등 법적으로 ‘여성 유흥접객원’을 고용할 수 있는 업소 50여곳이 밀집해 있다. 업소들은 모두 간판 불을 껐고 출입문에는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상무지구를 포함해 광주 서구에는 이런 업소가 263곳이나 된다. 광주 전체 유흥업소(666곳)의 40%다. 유흥업소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되면서 광주시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따라 지난 16일 오후 7시부터 모두 문을 닫았다.

광주에서는 지난 12일 상무지구 한 유흥업소를 방문한 4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과 접촉한 여성 접객원이 확진된 이후 접객원들의 연쇄감염이 일어났다. 업소에서 이들과 접촉한 손님과 가족 등도 감염됐다. 19일 오후 6시 기준 광주 유흥업소 관련 확진자는 20명에 이른다. 접객원 8명과 손님 6명, 이들의 가족과 지인 등 6명이다.

방역당국이 공개한 ‘확진자 동선’에는 화려한 네온사인에 가려 있던 도시의 민낯이 드러난다. 확진된 여성 접객원들은 대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9시까지 일했다. 접객원 B씨의 경우 지난 11일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30분까지 유흥주점 4곳을 옮겨가며 일했다. C씨도 지난 12일 오후 9시쯤 유흥업소에 나와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역시 4곳의 업소에서 일했다. 퇴근한 C씨는 오후 10시쯤 다시 유흥업소에 있었다. 오전 1~2시까지 유흥업소에서 일한 뒤 직장에 출근한 경우도 있었다.

유흥업소 직원이 아닌 접객원들은 업소가 문을 닫아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여성 접객원으로 일하려면 보건소에서 건강진단결과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3개월에 한 번씩 성병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여성 접객원 규모도 드러났다. 감염 확산을 우려한 광주시는 접객원을 업소에 소개하는 속칭 ‘보도방’을 통해 익명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이 된 접객원은 상무지구 400~500명을 포함해 모두 800명 정도다.

성매매피해 상담소 ‘언니네’ 김희영 소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유흥업소를 방문해보면 좁은 대기실에 많은 접객원이 마스크도 쓰지 못한 채 모여 있는 등 건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접객원 규모와 보도방 등이 파악된 만큼 행정기관과 경찰이 불법적인 행위 등은 없었는지 확인해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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