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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가습기살균제 독성, 공기에 잔류’ 증거 확보

2020.12.10 06:00 입력 2020.12.10 14:14 수정

1월 재판에 활용 가능성

업체 주장과 다른 실험 결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9일 서울 중구 위원회 회의실에서 ‘옥시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축소·은폐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9일 서울 중구 위원회 회의실에서 ‘옥시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축소·은폐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가습기살균제 관련 재판의 핵심 쟁점은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치명적인 질환 유발의 인과관계이다. 가습기살균제 기업 측은 인과성을 부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가습기살균제가 분무되면 독성 성분이 공기 중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은 가습기살균제 흡입 독성 물질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분무 이후에도 잔류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안전성평가연구소 이규홍 박사팀의 에어로졸 실험 결과를 확보했다. 내달 말 선고를 앞둔 재판부도 관련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CMIT·MIT는 SK케미칼과 애경이 만든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이다.

SK케미칼 측은 그간 가습기메이트와 폐섬유화·천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공판에서는 CMIT·MIT와 마그네슘염을 혼합해 만든 가습기살균제가 분무 상태가 되면 즉각 가스 상태로 바뀌어 공기 중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MIT·MIT가 기도를 거쳐 폐까지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작용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박사는 SK케미칼 측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가습기메이트와 동일한 성분을 분무한 뒤 입자를 포집했다. 포집한 입자를 드라이오븐(건조기)과 데시케이터(건조상태 유지 용기)에 각각 넣고 CMIT·MIT 양을 확인했다. 그 결과 상온 상태에서 6시간 둔 데시케이터와 60도로 5~6분간 가열한 드라이오븐에서 모두 CMIT·MIT가 발견됐다. 이 박사는 “분무되고 증발하는 순간 마그네슘 입자가 만들어지는데 그 안에 CMIT·MIT가 담겨 입자 형태로 폐 내부에 들어갈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였다”며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개인적 실험이지만 재판 관련성이 있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검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정부 용역을 받아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연구를 진행했다.

앞서 이 박사팀은 CMIT·MIT를 반복적으로 기도에 투여한 실험용 쥐에서 폐질환과 천식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기업 측은 기도에 투여하는 방식이 아닌, 실험용 쥐가 가습기살균제를 흡입했을 때 폐질환이 나온 연구가 없다는 이유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판결 선고는 내년 1월 12일로 예정돼 있다. 이들의 유무죄는 재판부가 가습기살균제 인체 유해성을 인정할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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