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4일 정통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의 신형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해 기업회생 절차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생산 차질을 빚었지만, 새해에는 성능을 전면 업그레이드한 모델을 앞세워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회사 매각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날 쌍용차가 선보인 신형 렉스턴 스포츠와 스포츠 칸은 국내 픽업트럭 모델로는 처음으로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을 적용했다. 첨단 안전주행 보조 기능도 기존 9가지에서 16가지로 늘렸다. 이전 모델보다 각각 8%와 5% 향상된 최고 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 45.0kg·m의 성능을 낸다. 배기가스 배출 규제인 유로 6D를 충족해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면서도 성능과 연비 효율을 개선했고, 가격 부담도 최소화했다고 쌍용차는 설명했다. 차량 가격은 스포츠의 경우 사양별로 2519만~3740만원이고, 롱보디 모델인 스포츠 칸은 2990만~3985만원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렉스턴 스포츠와 스포츠 칸은 지난해(1~11월)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점유율 80%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출고 적체로 전체 판매량이 전년보다 21.3% 줄어든 쌍용차는 신형 모델과 출시를 앞둔 ‘J100(프로젝트명)’으로 신차 효과를 극대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사모펀드 KCGI와 함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키스톤PE는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키스톤PE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요구했는데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거절하면서 투자가 백지화됐다. 애초 키스톤PE는 10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에디슨모터스는 KCGI와 투자 규모를 재조정해 법정 기한인 오는 10일까지 쌍용차와 투자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여 운영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에디슨모터스가 진행한 상장사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 인수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에디슨EV 인수에 함께한 투자조합들이 주식을 대부분 처분하고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000원대에 불과하던 에디슨EV의 주가는 쌍용차 인수설이 나오자 폭등해 같은 해 11월 장중 8만2400원까지 치솟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는 투자계약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추가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자금 사용처와 연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것을 요구했으나 쌍용차는 경영 간섭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라고 해서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법적 지위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라며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으면 투자계약이 무효화된다”고 말했다.

평택공장 부지를 주거용으로 개발하겠다는 강 회장의 계획을 두고서도 뒷말이 따랐다. 평택시는 “동의한 바 없으며 인수 기업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공장 부지 개발은 논의 자체가 어렵다”고 했고, 쌍용차 노조도 “확실한 사업계획과 자금조달 계획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