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개혁·임기제 취지 저버린 김오수의 사의, 무책임하다

2022.04.17 21:27 입력 2022.04.17 21:28 수정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에 반발해 사표를 던진 것이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 입법 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에 대해 송구하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검찰총장이 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내 배수진을 친 것이다.

검찰총장이란 직은 결코 함부로 내던져서는 안 되는 무겁디무거운 자리이다. 정권의 입김에 영향받지 말고, 오로지 시민을 위해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라고 임기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김 총장이 자신의 개인적 상황과 검찰의 조직 논리에 따라 사의를 표한 것은 이런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의 처신은 일관성도 결여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달 대선 직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자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러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이 가시화하자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달도 채 못 돼 “잘못된 제도가 도입되면 사직을 열 번이라도 해야 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검찰 조직을 지키겠다는 그의 사퇴 논리와 한없이 가벼운 처신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민주당의 법 개정 추진이 무리스러운 것은 맞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지 1년 만에 다시 사법체계를 흔드는 중요한 제도 변경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검찰의 권한을 덜어내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검찰의 잘못된 검찰권 행사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검찰이 할 일은 그동안 검찰의 부당한 권력 행사와 처신에 대해 먼저 자성하는 것이다. 뼈를 깎는 자세로 개혁안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자신의 사직서 제출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심사숙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말로는 검찰의 수사 관행과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해놓고,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사퇴 카드를 꺼냈음을 자인했다. 자성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적 행위로 검찰 조직 보호에 나선 것으로 참으로 무책임하다.

검찰이 자성 속에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먼저 마련한다면 민주당은 결코 무리수를 둘 수 없을 것이다. 18일에는 고검장들이 회의를 연다. 검찰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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