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5%대 물가 상승…숨통 죄이는 민생

2022.06.03 21:08 입력 2022.06.03 22:37 수정

경유 45%·밀가루 26% ‘뜀박질’

모든 지표 금융위기 이후 최악

외식물가는 외환위기 후 최고

‘체감’ 생활물가지수 6.7% 올라

한은 “7월까지 5%대 지속될 것”

14년 만에 5%대 물가 상승…숨통 죄이는 민생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5%대 상승률의 고물가 흐름이 적어도 몇 달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국제적인 공급 차질을 겪고 있는 석유류 및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며 물가 전반을 밀어올렸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5월 물가 상승률 중 절반인 2.86%포인트를 공업제품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 LPG(26.0%)가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34.8% 상승했다. 이 중 경유 가격은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 등 가공식품도 전년 동월 대비 7.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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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지표는 일제히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근접한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역시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4.1%로 집계되며 2009년 4월(4.2%) 이후 가장 높았다. 근원물가란 일시적인 충격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집계 품목에서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4.2% 오르면서 전월(1.9%)보다 상승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특히 축산물의 상승폭이 컸는데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등이 많이 올랐다. 통계청은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비 등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중에는 감자(32.1%)와 배추(24.0%) 가격의 상승률이 높았다.

서비스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했는데, 외식 가격의 상승률(7.4%)이 특히 두드러졌다. 외식 가격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품목 중에는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 등이 많이 올랐다. 외식 외에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치킨 10%·식용유 22% ↑…전기·가스·수도 상승률도 역대 최고

살 게 없네… 5월 소비자물가가 5.4% 올라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살 게 없네… 5월 소비자물가가 5.4% 올라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감자 32%·수입쇠고기 27% ‘껑충’
농축수산물, 전달 상승폭의 2배
연간 물가 상승률 5% 도달 가능성

이외에도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9.6% 오르면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는 당분간 5%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달 물가 상승률이 5% 미만으로 내려가려면 물가지수가 이달 대비 0.4% 이상 감소해야 하는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월 대비 증감률이 0.0%였던 것을 감안하면 다음달에도 5%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4년 만에 5%대 물가 상승…숨통 죄이는 민생

한국은행 역시 7월까지는 현재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와 국제식량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 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 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 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5%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월별로 보면 6%도 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변수가 생길 경우 연간 상승률 5%대가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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