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펠로시 대만 방문에 미·중 갈등 최고조, G2는 책임 다해야

2022.08.03 20:19 입력 2022.08.03 20:20 수정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장(왼쪽)이 3일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면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뒤로 중국 국민당을 창설한 쑨원의 초상화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장(왼쪽)이 3일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면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뒤로 중국 국민당을 창설한 쑨원의 초상화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중국은 보복성 군사훈련을 예고하며 대만해협을 사실상 폐쇄했다. 당장 국제 물류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이번 사태의 여파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미·중 간 전방위적인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만해협이 화약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어서 우려스럽다.

펠로시는 지난 2일 밤 대만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가운데 2300만 대만인들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3일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반중 인사를 잇따라 면담했다. 우려했던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은 없었다. 중국은 해상과 상공에서 대만을 포위하고 4일부터 7일까지 실탄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모든 후과는 반드시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대만과 멀지 않은 필리핀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전함 4척을 전개시켰다. 올가을 중국은 공산당대회, 미국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양국 정상은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측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번 일은 동북아뿐 아니라 전 세계 질서에 파장을 부르고 있다. 당장 대만해협 주변의 해상 물류운송과 민간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지역의 긴장이 충돌로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수준이 다른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중 모두 ‘G2’ 국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심화된 기후위기, 악화된 세계 경제 등 지구인들이 직면한 난제들은 두 나라가 힘을 합쳐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그 와중에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돼서는 안 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군사력 과시를 통해 중국의 힘을 보여주려 하지만, 그것은 주변국의 인심을 잃는 행동이 될 것이다. 미국도 자신들의 가치를 타국에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한 정치인의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으로는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 현실에서 가치가 전부는 아니다. 펠로시의 행동이 도발적이라는 평가가 미국 내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현시점에서 대만 방문은 절대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펠로시는 3일 다음 방문지인 한국으로 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역내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기조하에 역내 당사국들과 제반 현안에 관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신중하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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