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짜뉴스가 급증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된 후 ‘비속어 논란’이 번지자, 이를 가짜뉴스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비판한 대상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이며, ‘바이든이’가 아니라 ‘날리면’으로 말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러한 해명을 믿는다 해도, 윤 대통령이 국제외교 무대에서 욕설에 가까운 비속어를 사용해 국격을 훼손시켰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공식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기는커녕 사실을 호도하면서 논란을 덮으려는 대통령실 행태가 유감스럽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번 논란을 언론 탓으로 몰고 있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자막이라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음성을 특정한 메시지로 들리도록 인지적 유도를 한 것”이라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나쁜 정치적 의도로 문제가 된 발언을 짜깁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 언론도 윤 대통령 비속어 사용을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는 ‘이 XX’를 ‘idiots’(멍청이)로 옮기고, CBS방송은 ‘쪽팔리다’는 발언을 ‘lose damn face’(‘체면을 잃다’는 뜻의 비속어)라고 전했다. 김기현 의원은 광우병 사태를 거론하며 “무책임한 선동과 속임수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추억이 그리워지는 모양”이라며 야당과 언론을 비판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원인은 윤 대통령의 부주의하고 거친 언행인데, 왜 다른 곳으로 화살을 돌리나. ‘모래에 머리 박는 타조’ 같은 행태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순방 결과는 초라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은 불발됐고, 한·미 정상회담은 48초 환담으로 끝났으며, 한·일 정상회담은 저자세 외교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이 ‘자유와 연대’를 골자로 한 대외정책을 국제사회에 알렸고 미국·일본과 주요 현안을 해결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현안을 해결했다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떨어진 한국갤럽 정례 조사 결과는 순방에 대한 국민 시각을 선명히 드러낸다.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순방 중 빚어진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여야 옳다. 궤변은 더한 궤변을 낳고 불신의 골만 깊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