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연기가 피어오르듯··· 뇌혈관 이상 부르는 ‘모야모야병’ 악화 원인 찾았다

2024.04.24 14:34 입력 2024.04.24 15:19 수정

정상 혈관과 달리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자라나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정상 혈관과 달리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자라나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뇌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다 막히는 모야모야병이 악화되는 원인이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혈관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홍지만 교수팀(신희선 연구원)은 모야모야병이 심각하게 진행되는 배경에 ‘RNF213 변이 유전자’가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뇌혈관 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이게 만드는 기전이 작동하고 있음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변이 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혈관내피세포는 특히 산소가 부족하고 포도당이 결핍되는 등 스트레스 환경에 처할수록 병이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야모야병은 뇌 안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자라는데, 이 혈관이 마치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일본어로 ‘모락모락’이란 뜻인 ‘모야모야’병이라 부른다. 이 질환은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에서 유병률과 가족력이 높게 나타난다.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RNF213 변이 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비율은 한국과 일본에서 약 80%에 달한다.

연구진은 모야모야병 환자 중 RNF213 유전자가 정상인 그룹(15명)과 변이된 그룹(15명), 질환이 없는 일반인(15명)을 비교했다. 각 환자군에서 말초혈액 단핵세포가 불필요한 비정상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자가포식 능력이 제대로 활용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의 세포는 기능이 저하되어 자가포식 능력이 억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포가 모야모야병 환자의 뇌 속 환경처럼 저산소 및 포도당 결핍에 노출돼 있을 경우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도 확인했다. RNF213 유전자가 정상일 때와 변이됐을 때를 비교한 결과 변이된 상태의 세포에서 비정상 단백질을 제거할 때 관찰되는 ‘자가포식낭’이 더 많이 관찰됐다. 자가포식은 인체에서 불필요하거나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세포가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기능이다.

결과를 분석한 연구진은 자가포식이 억제되고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뇌혈관 내에 비정상 단백질이 축적되면 뇌혈류를 감소시키는 등의 영향으로 모야모야병이 더 악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지만 교수는 “이번 연구는 RNF213 유전자 변이가 있는 모야모야병에서 저산소 등의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병을 심각하게 진행시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희선 연구원은 “실제 모야모야 환자의 말초혈액세포에서 자가포식과 혈관세포기능의 연관성을 규명함으로써 향후 신약 개발 및 임상 적용까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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