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구청장·서장, 당직관이 보여준 공직 기강의 민낯

2022.11.04 20:45 입력 2022.11.04 20:46 수정

이태원 참사 현장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용산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고 초동 대응을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의 책임자도 자리를 비웠다.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청 등의 국가 재난 지휘 체계의 상층부가 완전히 무너진 데 이어 일선 현장의 당국자들의 부실 대응도 확인된 것이다. 정부 컨트롤타워부터 일선에 이르기까지 지휘 선상에 있는 책임자 중 누구 하나 제 역할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철저히 진상을 밝혀 책임을 가려야 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2시간 전 현장 부근을 지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첫 112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여 지난 오후 8시 무렵이었다. 박 청장은 자신의 고향이자 용산구 자매도시인 경남 의령군 축제에 참석했다 상경한 직후 귀갓길에 현장 부근을 지났는데 위험을 감지하고도 구청·경찰 측에 연락하지 않았다. 귀가 후 용산구 국회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는 메시지를 올렸을 뿐이다.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대기발령 조치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당일 오후 9시30분쯤 상황이 위급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1시간35분이 지난 11시5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태원에서 1.8㎞ 떨어진 삼각지에 있었는데 1시간35분이나 걸린 점이 의문이다. 참사 발생 후 50분이 지난 뒤에야 도착했으니 현장 지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경찰 상황일지는 그가 오후 10시17~20분쯤 도착한 것으로 기록됐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당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당직 책임자였던 류미진 총경도 자리를 비운 채 자신의 사무실에 있다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류 총경은 참사 발생 후 1시간24분 만에야 상황실로 복귀하는 ‘업무 태만’을 저질렀다.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살펴야 할 공직자들이 직무를 태만히 하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참사 현장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인명 구조활동을 펼쳤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며 공직에 나선 이들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부실을 바로잡는 것과 더불어 공직자들의 처신을 바로 세우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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