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뒤 다시 한파가 찾아온 2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찾았다. 좁은 골목길에 빼곡하게 모인 쪽방들 사이로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창문 난간에 쌓여있던 눈이 바람을 타고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골목을 걸어 인기척에 한 건물로 들어섰다. 위태롭게 철근이 드러난 시멘트 계단 아래 수돗가에서 한 주민이 대야에 받은 물로 씻고 있었다. 찬물이었다. 세수를 하던 김정수씨(56·가명)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매일 아침 씻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폐지를 모아 생활하는 김씨는 한파가 찾아오면 길이 미끄러워 리어카를 끄는 것 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건물에 들어서자, 수도관 동파로 빙판이 된 계단을 한 어르신이 불안하게 내려서고 있었다. “여기는 북극이야 북극, 계단이 얼어붙은 건 집주인한테 말해야 해결해 준다고 해서…” 할아버지는 근심스런 한숨을 지었다. 한파는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난방비가 폭등한 탓인지 건물 내부 어디에도 온기가 감돌지 않았다. 정부는 ‘난방비 폭탄’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자, 겨울철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과 사회적배려대상자에 대한 가스요금 할인액을 2배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 난방비 대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