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70%’…수업 진행 버거운 교실

2023.03.12 20:45

충남 둔포초등학교 가보니

충남 아산의 둔포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6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충남 아산의 둔포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6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아산·천안 등지 산업화 영향
5년 만에 2.6배로 크게 늘어

‘다국어 교재’ 학습지원에도
한국어 구사 못해 소통 애로

“학생 10명 중 7명가량이 다문화 학생입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충남지역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아산시의 둔포초등학교 얘기다. 충남도교육청은 둔포초등학교 학생 350명 중 243명이 다문화 학생이라고 12일 밝혔다. 전체 학생의 69.4%가 다문화 학생인 셈이다. 2018년 26.5%였던 둔포초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불과 5년 만에 2.6배 늘었다. 이 학교의 다문화 학생은 2018년 63명(26.5%)에서 2019년 86명(34.6%), 2020년 140명(53.2%), 2021년 181명(59.9%), 2022년 229명(69.3%), 2023년 243명(69.4%) 등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아산시 둔포면 일대에 조성된 아산테크노밸리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문화 학생이 급증하자 교육 현장에서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이다. 둔포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대부분의 다문화 학생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러시아어를 쓰고 있다.

이 학교의 추대열 교사(36)는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깊이 있는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중언어가 가능한 학생의 도움을 받아 수업 내용을 다시 전달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요즘엔 다문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아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수준에 맞춰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들도 적응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텐젠호(11)는 “한국말을 배우는 게 쉽지 않다”며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수학 등의 교과목을 배우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 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 5명과 러시아어 등이 가능한 다문화 언어교사 4명을 두고 있다.

아산·천안 등지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 충남지역의 다문화 학생 비율도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의 다문화 학생 수는 2019년 1만309명(전체의 3.9%)에서 2020년 1만1186명(4.3%), 2021년 1만1974명(4.6%), 2022년 1만2829명(5.0%)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충남 전체 학생은 2019년 26만5559명에서 2022년 25만7512명으로 1만명 가까이 줄었으나 다문화 학생은 오히려 늘었다.

다문화 학생이 많이 늘어나자 교육당국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202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다국어로 한국어 학습이 가능한 ‘소리펜 교재’를 개발해 배부하는 등 다문화 학생의 학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둔포초등학교 등 일부 학교의 경우 다문화 학생이 많이 늘어나 학급 증설도 검토하고 있으나 부모인 외국인 노동자의 이직에 따른 학생 수 변동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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