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 신고” 학부모 협박 수법
마신 학생 일부는 병원 치료
‘기억력이 좋아지는 음료수’라며 마약 성분이 든 액체를 고등학생에게 건넨 뒤 이를 빌미로 부모를 협박한 일당 중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에서 마약이 든 음료수를 나눠준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 A씨를 5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동대문구에서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다른 용의자인 20대 남성 B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B씨와 일당 2명은 지난 3일 오후 6시쯤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를 개발했다’며 고등학생을 상대로 음료 시음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당시 ‘메가 ADHD’라는 상표가 붙은 음료를 나눠줬다.
이들은 학생들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의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이후 부모에게 연락해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의 간이 시약 검사 결과 해당 음료에서는 마약류인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음료수를 마신 학생 중 어지럼증을 호소한 학생도 있었으며 일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비상에 걸렸다. 고등학생 딸을 둔 양선희씨(45)는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아이에게 길에서 나눠주는 음료는 받지도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고모씨(54)는 “아이들은 (이 음료를) 진한 카페인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겠냐”며 “아이들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게 무섭다”고 했다.
경찰은 남은 일당을 추적 중이다. 20대 여성 1명, 40대 여성 1명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 ‘메가 ADHD’ 상표 음료는 물론 수상한 사람이 건네는 음료는 마시지 않도록 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며 “유사 피해를 경험한 경우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