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넥슨·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웹젠에 이어 게임업계에서 다섯 번째로 탄생한 노조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0일 “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가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며 출범을 공식화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지회의 별칭은 ‘우주정복’이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하는 대표적 게임개발사다. 대표작으로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인 리니지, 리니지2, 길드워시리즈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이 있다.

지회는 사측에 고용 안정, 수평적 조직문화, 투명한 평가 및 보상체계 등을 요구했다. 송가람 지회장은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고, 목소리를 회사에 잘 전달하고자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며 “많은 분이 믿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응원해주신 만큼 엔씨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지회는 설립 선언문에서 “엔씨소프트의 핵심 가치인 도전정신, 열정, 진정성이 훼손됐다”며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 관료적 문화는 실패와 악덕을 덮었고, 그 책임과 피해를 사우에게 전가했다. 고질적인 ‘상후하박’의 조직문화가 회사의 핵심 가치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회는 “사우들의 도전 끝엔 권고사직과 대기발령이라는 슬픈 엔딩이 존재한다. 우리는 엔씨소프트에 고용된 직원이지만 TO 하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며 “마치 프로젝트에 고용된 ‘한시적 정규직’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들은 론칭(발매)과 업데이트를 볼모로 불법적인 연장근로에 동원되며 임원 승진과 보수를 위한 ‘아인하사드’로 소모되고 말았다”며 “또한 빛나는 열정은 여기 이 선언문에 담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상명하복 조직문화, 사내 정치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아인하사드는 리니지 시리즈에서 게임 캐릭터의 성장과 게임머니 획득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버프(강화) 아이템이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는 엔씨소프트지회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IT위원회에는 네이버지회, 카카오지회, 넥슨지회, 스마일게이트지회, 웹젠지회, 한글과컴퓨터지회, 포스코ICT지회, LIG넥스원지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엔씨소프트지회의 출범이 장시간 노동시간과 권고사직 압박에 시달리는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