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말고 뛰어라”···엔비디아 시총 1조달러 이끈 ‘검정 재킷’ 젠슨 황

2023.05.31 14:43 입력 2023.05.31 15:07 수정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 제공.

30일(현지시간) 반도체기업으론 처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엔비디아의 성공은 이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60)이 30년간 발로 뛴 결과물이다. 환갑이 되어서도 주변에 “어떤 상황이든 걷지 말고 뛰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황의 집요한 노력이 엔비디아를 세계 최고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대만계 미국인 황 CEO의 상징은 검은색 가죽 재킷이다. 지난 25일에는 같은 차림으로 대만 타이베이 라오허제 야시장에서 중국 꽈배기인 ‘마화’ 봉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 차림을 즐기던 애플 CEO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듯 황은 공식 행사 때마다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한다.

황은 대만에서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영어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홉 살 때 형과 함께 미국에 있는 삼촌에게 보내졌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폭력에 시달렸고, 방과 후에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인고 끝에 황은 오리건주립대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황은 대학 졸업 후 반도체기업 LSI 로지스틱스와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했다. 이어 1993년 그의 나이 30세 때 공동 창업자 두 명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당시 ‘다음 버전(next version)’의 앞 글자를 따 모든 파일에 ‘NV’를 붙인 것이 회사명으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CEO인 황의 왼쪽 팔뚝에는 회사 로고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던 황은 중앙처리장치(CPU)가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당시 앞으로 3차원(D) 그래픽 가속 기술이 도래할 것이라 믿었다. 1995년 오디오와 그래픽을 하나로 통합한 그래픽 카드 ‘NV1’을 선보였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선보인 두번째 그래픽 칩 ‘NV3’가 3D 게임 시장 확장과 맞물려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았다.

1999년에는 엔비디아 최초의 지포스 제품군인 ‘NV10(지포스 256)’을 내놨다. 사상 처음으로 CPU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3D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황은 이를 ‘그래픽처리장치’(GPU)라고 불렀다. GPU는 ‘병렬 연산’ 구조를 사용해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돼 있다.

위기도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엔비디아는 파산 위험에 처했다. 이때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삭감해 아낀 돈을 인재 영입에 썼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2010년 CPU를 대신해 모든 연산을 수행하는 GPU 칩을 선보일 수 있었다. 현재 엔비디아 칩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딥러닝에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는 생성형 AI 열풍과 함께 고공행진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대화형 AI 학습에 1만개 이상의 엔비디아의 ‘A100’ GPU를 사용했다. 황이 보유한 엔비디아 지분 약 3.5% 가치는 350억 달러(약 46조3050억원)에 달한다.

올해 환갑이 된 황 CEO는 여전히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그는 지난 27일 국립대만대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상황이든 걷지 말고 뛰어야 한다”며 “먹잇감을 찾아 뛰는 동시에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에는 “나는 항상 30일 뒤 파산을 생각하며 사업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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