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커지는 프랑스·독일···마크롱 “겁쟁이 되지 말아야”, 독일 국방 “아무 도움 안 돼”

2024.03.06 15:18 입력 2024.03.06 16:27 수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프랑스 핵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프랑스 핵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의 안보를 둘러싸고 유럽연합 양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두 국가의 충돌과 이견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의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자국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비겁해지지 말아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며 “역사의 정의와 그에 걸맞은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 같은 마크롱 대통령의 말에 발끈했다. 그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폴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내가 보기에 우리는 지상군이라든지 용기를 더 내거나 덜 내야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 건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상군”은 지난달 26일 마크롱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 발언을, “용기”는 이날 나온 마크롱 대통령의 ‘겁쟁이’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라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서 자신의 ‘겁쟁이’ 발언은 독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어 “우리가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면 전장에서 후퇴하거나 미국에 실망할 위험이 있다”면서 유럽의 안보 위협과 관련해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고수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독일 공군 간부들의 대화 유출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독일 공군 간부들의 대화 유출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국방장관 사이에 벌어진 설전은 우크라이나 지원 및 유럽 안보와 관련한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파병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유럽을 뒤집어 놓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유럽 국가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기로 한 것은 처음부터 이미 합의된 사안”이라며 파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프랑스는 독일이 미국과의 관계를 유럽 안보의 핵심으로 여기는 것에 오랫동안 불만을 느껴왔으며, 독일은 자국이 프랑스보다 우크라이나에 훨씬 많은 무기를 제공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뒤늦게 전쟁 지도자로 변신한 것에 대해 발끈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독일이 2022년 이후 유럽 국가들의 방공시스템 통합을 위한 ‘유럽영공방어계획’(ESS)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개발한 방공시스템을 배제하고 미국제 패트리엇 미사일과 이스라엘의 애로 3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러시아를 모욕해서는 안 된다”면서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파병’ 등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부를 수 있는 강도 높은 발언으로 유럽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우크라이나 미사일 지원에 대한 입장도 상반된다.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스칼프를 지원하고 있는 프랑스는 독일도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를 지원하라고 압박해왔으나 독일은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독일이 프랑스를 압도하고 있다. 독일 킬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독일과 프랑스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각기 177억유로와 6억3500만유로로, 독일이 프랑스에 비해 28배 더 많다.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 발언에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겠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면서도 “그냥 무기나 더 보내라”고 비꼰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콘스탄체 슈텔첸뮐러 국장은 지난 4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한 가지 잔인한 진실이 있다”면서 “유럽 대륙의 두 핵심 국가들이 최대 안보 위협에 대한 유럽의 전략적 대응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절체절명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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