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는 회의 시작부터 수시로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나” “(야당 법안은) 바퀴벌레 득실거리는 불량식품” 등 날선 언어가 오갔다. 제22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반쪽 회의’를 넘어 여야와 대통령실 참모들이 모두 출석한 회의가 이뤄졌지만 협치 가능성 대신 극단적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운영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등의 현안 보고를 받았다. 앞서 야당은 여당과 대통령실이 불참한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참모 등 16명을 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회의 시작부터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업무보고 자료가 사전에 제출되지 않은 점을, 국민의힘은 증인 채택 등이 야당 단독으로 이뤄진 점을 문제삼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위법적인 증인 채택 강행과 또는 출석 증언 강요는 갑질”이라며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을 향해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나온 “민주당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한 발언을 비꼰 것이다. 이에 윤종군 민주당 의원이 “본인이나 잘하시라. 위원장한테 계속 삿대질하면서 얘기하지 않았냐”고 따지며 공방이 격화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단독처리하는 법안을 ‘바퀴벌레에 빠진 음식’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불량식품들이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용산으로 배달될 것이다. 반드시 막아주셔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를 주장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한 질의 과정에서는 고성과 반말이 오가다 결국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정을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 중 “제대로 하라”며 끼어든 것이 발단이 됐다. 양측은 “본인 앞가림이나 잘해라” “어디서 삿대질이냐” “똑바로 해” “당신이나 똑바로 해” 등 반말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박 위원장이 여당 의원을 향해 “퇴장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입 닫으라”고 말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배 의원이 “진행하고 싶으면 (박 위원장이) 입 닫으라고 한 거 사과하시라”고 따지자,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질의 순간에 끼어든 국민의힘 의원들도 사과하시라”고 맞섰다. 언쟁이 길어지다 결국 회의가 정회됐다. 속개된 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입 닫으라는 표현에 기분이 많이 언짢으셨다면 유감을 표한다”고 배 의원에게 사과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운영위원장의 ‘편파 진행’에 항의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자주 나왔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는 운영위원장을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관례가 깨지면서 나온 장면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야당 의원이 운영위원장을 맡은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재 의원은 박 위원장을 향해 “편파적인 진행(을 한다)”면서 “정청래(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닮아가시려고 하나. 그렇게 하면 욕먹는다”고 언성을 높였다. 박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욕먹는 것은 누구인지 잘 확인하시라”고 반박했다.

잇따른 혐오 발언과 막말로 논란을 빚어온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인권위는 인권 좌파들의 해방구가 되어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김 위원은 군인권센터가 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한 이유를 묻는 서미화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이에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인권위가 ‘좌파의 해방구’라는 말을 용납할 수가 없다”며 김 위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추 의원은 “인권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지, 좌파·우파가 어딨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