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에 빠진 충북 보은 33개월 여아…상급병원 9곳 이송 거부 끝 숨져

2024.03.31 09:55 입력 2024.03.31 15:31 수정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로 인해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로 인해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충북 보은에서 도랑에 빠졌다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여자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하다 숨졌다.

31일 소방당국과 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후 4시31분쯤 보은군 보은읍 한 주택 옆 도랑에 생후 33개월 된 A양이 빠졌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구조했으나 심정지 상태였고 보은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치료를 받아 오후 6시7분쯤 맥박을 회복했다.

병원 측은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충북지역 상급종합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병상 부족으로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날 오후 5시35분부터 오후 6시12분까지 충북을 포함한 충남, 대전, 수원, 화성 등 상급종합병원 9곳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했다.

오후 7시25분쯤 한 대학병원에서 전원에 동의했으나 A양은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져 이송되지 못했다. 결국 오후 7시40분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양의 아버지(49)는 “병원에서 여러 군데 전원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딸 아이가 숨이 돌아왔을 때 큰 병원으로만 옮겼어도 희망이 있었을 텐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충북도 의료관리팀 관계자는 “전원 요청을 받은 상급종합병원들은 ‘소아 중환자실 운영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공의 파업 사태로 병원들이 전원을 거부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원을 요청받았던 의료기관의 당시 여건 등에 대한 상세 내용과 사고 인근 병원 도착 후 환자의 상태, 전원이 가능할 만큼 생체 징후가 안정적이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양이 약 1m 깊이의 도랑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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