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서 정착까지 ‘추상 반세기’…한국화 흐름

2007.05.01 17:29

현대 한국화는 어떤 흐름 속에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을까.

한국화란 용어를 일상적으로 쓰지만, 한국화에 대한 미술계의 학술적 연구 성과는 미미한 게 현실이다. 근래에는 한국화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진 터라 그 용어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립미술관 박파랑 큐레이터는 “몇 권의 개론서와 간헐적으로 쓰여진 학술연구가 사실상 전부”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화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는 전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유입서 정착까지 ‘추상 반세기’…한국화 흐름

그런 점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의 ‘한국화 1953~2007’전은 주목된다. 화랑과 달리 공공 성격의 미술관이 아니면 쉽게 기획할 수 없는 전시로 50년대부터 근래까지 작가 80여명의 회화 200여점을 통해 한국화의 어제와 오늘, 그 흐름을 살펴본다.

미술관 1~2층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연대기적으로 구성됐다. 전시의 시작은 50~60년대의 ‘추상의 유입과 실험’ 시기. ‘추상’이란 새 양식이 유입되며 미술계의 변혁이 이뤄지는 때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박래현의 ‘노점A’(1956)가 관객을 맞는다. 박래현은 김기창과 함께 ‘입체파’ 양식을 도입, 서구 모더니즘을 실험한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한국 화단 최초의 앵포르멜 작업이라는 이응노의 ‘생맥’도 파리에서 건너와 선보인다. 권영우는 ‘조소실’(1954)을 통해 전통한국화의 개념을 이미 넘어서고, 안상철은 ‘영62-2’(1962)에서 아예 종이 화면 위에 돌을 붙임으로써 파격적 입체작업까지 선보인다. 60년대는 추상화가 본격 진행되는 시기로 실험적·전위적 단체인 ‘묵림회’의 서세옥·전영화·민경갑·안동숙·정탁영·송영방 등의 작품이 나왔다. 오늘날 ‘수묵추상’의 뿌리이다.

70~80년대는 ‘전통 산수의 재인식과 현대적 변용’ 시대로 추상이 쇠퇴하면서 부각된 산수화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다양한 세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성재휴·조평휘·이열모·김동수 등은 물론 박대성·오용길 등에 이어 90년대 이후의 강경구·박영대·유근택·박병춘·정용국·박능생 등의 작품이다. 스승과 제자, 선·후배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 질적 수준의 비교도 흥미롭다.

전시회는 80년대 말~2000년대의 ‘서구 모더니즘에서 한국적 모더니즘으로-추상의 주체적 발전’ 단계로 넘어간다. 한국화내 다양한 분화가 이뤄지고, 재료나 기법 등도 서양화와 혼용된다. 더 깊어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묵림회 회원들은 물론 장상의·이종상·김호득·송수남·문봉선·홍석창·이철량·이왈종·황창배·김병종·석철주·김대원·권영우·이규선·홍순주·원문자·김춘옥·심경자 등이다.

한국 화단에서 채색은 상대적으로 폄훼돼온 게 사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채색의 맥’이란 이름으로 박생광의 ‘토함산 해돋이’, 천경자의 ‘초혼’ 등과 함께 민경갑·오태학·정종미·김선두 등의 작품을 통해 채색의 흐름까지 살펴본다. 이밖에 젊은 작가들의 최신 경향도 선보이며, 인물화는 별도로 마련됐다. 5월27일까지. 입장료 700원. (02)2124-8928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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