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 소설 ‘임꺽정’ 만화화 인물성격 재창조 애먹었다”

2006.11.01 18:02

“소설 ‘임꺽정’과 만화 ‘임꺽정’, 이렇게 많이 다릅니다.”

“홍명희 소설  ‘임꺽정’ 만화화 인물성격 재창조 애먹었다”

만화가 이두호씨(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가 오는 4~5일 충북 괴산에서 열리는 ‘제11회 홍명희 문학제’(민족문학작가회의 충북지회·사계절출판사 공동 주최)에 참가해 자신의 만화 ‘임꺽정’이 홍명희의 원작소설 ‘임꺽정’과 어떻게 다른지 강연한다. 소설과 만화라는 매체의 차이, 원전에서 2차 저작물이 탄생되는 과정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작이 갖는 장·단점도 들춰낸다.

이씨는 1991년 만화 ‘임꺽정’을 처음 그리면서 만화가 고우영, 방학기가 그린 ‘임꺽정’ 외에 홍명희의 ‘임꺽정’과 여러 소설가들이 번안한 ‘임꺽정’을 모두 다시 읽었다고 한다. 그 결과 방학기의 ‘임꺽정’은 우리 것에 대한 연구가 상당했으며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우리말을 잘 구사한 게 장점인 반면, 지문이 너무 길고 지루했다. 또 고우영의 ‘임꺽정’은 작품의 시대가 조선 명종때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와 영어가 튀어나오는가 하면 당시 야사까지 섞어넣은, 말 그대로 만화였다.

이씨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나 에로소설로 재탄생한 번안작품은 제쳐두더라도 홍명희의 원작소설 역시 너무 수호지와 비슷하다는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작가 자신이 애초에 수호지를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으나 만약 벽초가 그 뛰어난 필력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틀을 만들어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아쉬워한다.

이씨에 따르면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임꺽정의 성격. 홍명희가 그린 임꺽정은 덩치가 좋고 완력도 출중하지만 성격이 다소 불안정한 데 비해 자신의 임꺽정은 남보다 힘이 셀 뿐 평범하고 안온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물, 그러나 항거할 수 없는 격랑에 휘말려 버티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되는 보통사람이다. 임꺽정이 도적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길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씨는 또 임꺽정의 가족관계도 바꿨다. 원작에는 임꺽정에게 팔삭둥이 남동생과 누나가 나오는데 이들이 만화에서는 반편이형과 여동생이 된다. 동생에게 보호받는 처지에 놓인 형, 모진 일을 당하는 여동생이 독자들의 감정을 유발하기에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땡추 떠벌스님과 친구 마빡이는 원작에 없는 만화스러운 캐릭터다. 떠벌스님은 정말 득도한 고승이라면 못했을 말과 행동으로 이야기의 반경을 넓히기 위한 것이고, 당대 세대가인 윤원형의 첩 정난정의 연인이기도 한 마빡이는 여러 면에서 임꺽정과 대비되는 인물이다. 원작에서 외모가 비슷한 조금맹과 박유복을 한 인물로 만들어 임꺽정의 의형제가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 것도 다른 점이다.

이씨는 “홍명희의 임꺽정이 미완으로 끝난 점이 무척 아쉽다”면서 자신의 만화는 ‘대동야승’의 ‘기재잡기’에 의거하되 결말을 조금 바꿔 토벌군에 쫓기던 임꺽정이 어느 노파의 집으로 숨어들어 최후를 마치는 장면으로 끝난다고 소개했다.

〈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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