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미

2011.11.10 21:49
박상준 | 서울SF아카이브 대표

▲ 이키가미 | 마세 모토로·학산문화사

이 만화를 처음 접하고 난 뒤 그 상상력과 스토리에 경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신입생들에게 예방접종을 하면서 1000명당 한 명꼴로 나노캡슐을 투여한다. 그 아이들이 자라 18세에서 24세가 되는 어느 날 캡슐이 터져 죽게 되지만, 누가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듯 국민들에게 심어진 죽음의 공포는 역설적으로 성실하고 활기찬 삶을 유도하여, 범죄와 자살 건수는 해마다 떨어지고 국내총생산(GDP)과 출산율은 계속 늘어난다.

충격적인 설정이지만, 이 작품이 진정 빛을 발하는 것은 단순한 신파나 스릴러에 머물지 않고 사회와 개인, 삶과 죽음, 가족과 우정 등 모든 인간적인 가치에 대해 깊고 근본적인 성찰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번영유지법’이라는 이념으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에 대한 각성과 저항이 작품 전반에 핵심적인 주제로 배어 있다.

[책읽는 경향]이키가미

구청 공무원인 주인공은 이키가미, 즉 ‘당신은 24시간 뒤에 죽습니다’라는 사망예고 통지서를 해당 젊은이에게 배달하는 일을 하지만, 제도에 대한 회의와 반감으로 계속 고민한다. 이 고민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국가의 번영’이 국민들에게 ‘사상의 자유’보다 더 앞서는 지고의 가치로 강제될 수 있는 것일까?

이 훌륭한 디스토피아 텍스트는 2008년에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당신은 산 채로 죽어 있지 않습니까?’라는 카피가 독자의 폐부를 찌른다.

[책읽는 경향]이키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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