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리즘의 문화정치

2014.01.23 21:41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대처리즘의 문화정치 | 스튜어트홀·한나래

[오늘의 사색]대처리즘의 문화정치

대처리즘의 포퓰리즘은 왜 예측과 달리 대처리즘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일정한 대중적 불만세력을 결속시키고 사회 내에 다양한 분파를 조성하고 결집할 수 있으며 대중적 경험의 일정한 측면과 연결 지을 수 있는지 예견해 준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처리즘은 분명히 일반 대중 대다수의 가슴과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처리즘이 대중의 사고와 경험의 내부 ‘논리’에 작용하면서도 그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외부적’ 세력에 그친 것은 분명히 아닌 것 같다. 대처리즘을 특징짓는 일정한 사고, 감정, 계산 방식은 하나의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세력으로서 일반 대중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었다. 대처리즘이 ‘미약한 대중의 편에 서서 거대한 세력에 맞서고 있는’ 것처럼 내세우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우리는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처리즘은 어느 정도는 자신을 단순히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 당황스럽게도 ‘우리들’의 일부로 만들었다. 대처리즘은 ‘일부 민중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 입장을 함께하면서도 동시에 권력 블록을 통해 그들을 계속 지배하고 있다.

△ 신자유주의 통치술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마거릿 대처의 신보수주의 정치 이데올로기의 원리를 분석한 이 책에서 내가 눈여겨보고 싶었던 것은 대처리즘의 포퓰리즘이다. 대처는 영국 좌파 정당의 국정 실패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면서 대중에게 극심한 좌우 이념 갈등 조장, 노조 파괴, 공기업 민영화, 부자감세 등과 같은 악랄한 정치적 슬로건들을 정당한 것으로 설득했다. 정당화의 논리는 오로지 부강한 영국의 미래라는 환상을 대중에게 주입하는 것이었다. 좌파는 대중의 가슴에 잔존한 ‘우리 안의 대처리즘’을 외면하고 오로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원칙만으로 대처리즘을 제거 대상이자 외부의 것으로만 단정해버렸다. ‘대처리즘과 좌파의 위기’라는 원제목처럼, 이 책은 21세기 동아시아의 대처리즘을 꿈꾸는 박근혜 정부와 대응하여 우파 통치성의 원리를 간파하고 좌파의 성찰의 교훈을 얻는 데 더없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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