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만드는 ‘새로운 고전’

2016.04.01 19:58 입력 2016.04.05 14:17 수정

젊은 출판인 13명이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전’을 만들어보자고 뭉쳤다. ‘읻다 프로젝트’다.

[화제의 책]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만드는 ‘새로운 고전’

‘읻다’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고어로 ‘좋다’ ‘곱다’의 의미를 가진 우리말이다. ‘읻다 프로젝트’는 번역가인 최성웅씨(33·대표)와 편집자 김보미씨(33) 등 출판인들이 2년 전 공부모임 형식으로 모여 대안 출판을 고민하다 만들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국내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책을 찾아내거나, 이미 소개됐지만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책 10권을 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책들을 괄호 시리즈라 부른다. 닫힌 괄호 ‘( )’가 아니라 열린 괄호 ‘) (’다. 고전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는 책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고전의 세계를 열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이 첫 책을 출간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전쟁일기>(박술 옮김), 미즈노 루리코의 <헨젤과 그레텔의 섬>(정수윤 옮김), 루이 페르디낭 셀린의 (이주환 옮김) 등 3권이다.

<전쟁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기록한 일기를 묶었다. 편집자 김보미씨는 “전 세계 최초의 완역 합본”이라고 소개한다. 독일에서 출간된 판본에서 삭제됐던 모든 글을 번역해 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트겐슈타인이 작성한 그대로 ‘사적 일기’와 ‘철학 일기’를 병행 편집했고, 비트겐슈타인의 방대한 저작물을 보관하고 있는 문헌보관소장 알로이스 피힐러의 서문도 수록했다”며 “사소한 파편글도 놓치지 않음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의 내밀한 사유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시인 미즈노 루리코의 <헨젤과 그레텔의 섬>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전쟁을 기억하는 의식의 밑바닥에서 생겨나는 이미지들을 동화적이고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프랑스 문단의 논란적 작가인 루이 페르디낭 셀린의 은 점 세개(…)로 대표되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셀린의 문체를 최대한 살려, 그가 스스로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방식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앞으로 출간할 책 목록도 만들었다. 로베르 데스노스의 <애도를 위한 애도/자유 또는 사랑!>, 에드몽 자베스의 <예상 밖의 전복의 서>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다.

이들이 소개하는 책에 대한 관심도 가질 만하지만, 노동 방식도 흥미롭다. 돈을 받지 않고 노동의 일부만을 기여하는 ‘노동 공유’ 방식으로 책을 내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1500만원을 모았고, 각자 번역이나 외주 편집일을 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마련한다. 그럼으로써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난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노동 방식이 현 출판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라고 봤다.

이들은 실험적 책 출간 이외에도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 독립서점 ‘책방 만일’에서 낭독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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