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사람의 놀이’ 야구가 만들어내는 ‘사람의 일’

2018.06.01 20:54 입력 2018.06.01 20:56 수정

야구의 인문학 9

이용균 지음 |경향신문사 | 240쪽 | 1만4000원

[책과 삶]‘사람의 놀이’ 야구가 만들어내는 ‘사람의 일’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야구선수가 된 것이 자랑스러워진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선수의 말이다. ‘글’은 경향신문 야구전문기자 이용균이 2007년부터 지면에 연재한 야구 칼럼 ‘베이스볼 라운지’다. 10년간 연재한 340여편 중 100여편을 모아 책으로 냈다.

책의 한 대목을 살펴본다. “야구는 공이 득점을 결정하지 않는다. 공이 플레이되는 동안 사람의 움직임을 통해 득점이 결정된다. 공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야구는 인본주의다. 득점이 인정되는 마지막 루를 ‘홈플레이트’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가족주의적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득점을 내는 길이다.” 이런 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자랑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100여편의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박 선수의 말이 더 이해된다. 책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야구장 뒤편의 사람에게 주목한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유명 선수가 아닌 소외된 야구인을 조명할 때 더욱 빛난다.

김민범. 1992년에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야구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34경기에 출장해 1승 1세이브 2패를 기록했다. 2008년 은퇴한 뒤 넥센 히어로즈의 원정 기록원 생활을 시작한다. 글쓴이는 그를 “패전과 승리를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주목받지 않는 선수여서 가능했을까. 무려 164경기 동안 패전하지 않았던 그에게 글쓴이는 “(선수 생활을 더 했다면) 무패 기록을 더 늘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묻는다. 대답이 명언이다. 김민범은 “어차피 무패 기록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인생에서 지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야구팬이라면 단연 눈이 갈 책이다. ‘박찬호, 류현진, 이대호’ 정도밖에 모르는 야구 문외한에게도 문턱이 높진 않다. 야구는 결국 사람의 놀이고, 이 책이 사람의 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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