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가 두려워 어느 것도 선택 못하는 당신에게

2019.05.17 20:46 입력 2019.05.17 21:05 수정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북디렉터

선택, 선택의 재발견

김운하 지음

은행나무 | 151쪽 | 8000원

[책 처방해 드립니다]후회가 두려워 어느 것도 선택 못하는 당신에게

후회가 두려워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선택, 선택의 재발견>을 처방해 드립니다.

우리는 종종 실패한 선택들에 대해 돌아보곤 합니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고요. 저에게는 대학 입시가 그렇습니다. 인생의 첫 실패가 두려웠던 열아홉, 도전 자체를 포기하고 하향 지원한 단 한 곳의 대학에만 원서를 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학교에서 반 학기 만에 폐과 소식을 접했고 어영부영 4년을 보내고 나니 졸업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더라면, 지망하던 학교에 지원이라도 해보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따금 상상해보곤 합니다. 물론 선택을 달리했다고 해서 제 미래가 어떻게 펼쳐졌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

<선택, 선택의 재발견>은 ‘선택’을 주제로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방면의 통찰을 풀어낸 얇지만 야무진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선택 ‘잘’ 하는 법을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선택 앞에서 조금 ‘편안’해지는 법만큼은 배울 수 있지요.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때 우리가 다른 사람이 아니었던 한 결국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건 내가 아닐 거라고, 그러한 선택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대학 진학 이후 방향을 틀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다른 동기나 선배들처럼 전과를 하거나 편입을 할 수도 있었고,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대학 생활을 즐길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우리의 삶은 선택한 것들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실은 그만큼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가능세계들의 포기와 상실로 이루어지기도 한다.”(95쪽)

[책 처방해 드립니다]후회가 두려워 어느 것도 선택 못하는 당신에게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두고두고 저를 괴롭혔습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사람을 덜 무력하게 만든다는 걸 절절하게 느꼈지요. 포기와 상실로 얼룩진 20대를 보내며 제 삶은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이 선택으로 잃을 게 무섭더라도 일단 한 번 해보자고, 비겁하게 도망치거나 숨지 말자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사적인서점을 연 것도 그래서였어요. 매 순간 나에게 가장 솔직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지금의 제가 저는 꽤 마음에 듭니다.

모든 선택지마다 얻는 것이 있고 또한 동시에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통과해낸 뒤 깨달았습니다. A를 선택했거나 B를 선택했거나 혹은 선택했거나 선택하지 않았거나 모두 괜찮았을 거라는 걸요. 그게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만족하든 후회하든, 무엇이든 겪고 나면 무엇이든 배울 테니까. 해석은 변하고 우리의 삶은 계속될 테니까요.

“우리는 각자의 삶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예비해 두었는지 결코 알 수 없다. 선택은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지만, 그 선택들이 빚어내는 총 결과는 운명의 몫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열심히 사유하고 열정과 헌신을 다해 노력하는 한, 우리는 그런 노력하는 방황을 통해 삶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은 얻게 되는 것이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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