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국사편지 - 박은봉

2019.10.01 22:36 입력 2019.10.01 22:41 수정
정찬일 | 작가

엄마가 쓴 어린이 역사책

[정찬일의 내 인생의 책]③한국사편지 - 박은봉

어린이들이 읽는 책의 저자는 어른이다. 읽히지 않은 책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어린이책 저자들은 이 생물학적 괴리를 극복하고자 어린이 눈높이와 생각으로 임해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과물을 내놓아도 확신할 수 없다. 본인이 어린이가 아니므로. 그나마 동화책은 그동안 쌓인 축적물이 있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면 어린이 역사책은? 그렇지 않아도 ‘따분한 학문’이라는 편견과 오해를 벗기도 버거운데 어린이가 읽는 역사책이라고? 역사를 전문으로 집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잔인하다. 적어도 <한국사편지>가 출판되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엄마 박은봉은 자신의 초등학생 아이와 역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나 보다. 더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싶은데 엄마 기준에서는 마땅한 책이 없었다. 만화가 있지만 왠지 성에 안 찼다.

직접 쓰기로 작정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사례는 출판계뿐만 아니다. ‘엄마’가 썼으니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겠는가. 초보 요리사 엄마가 처음으로 자식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마 그 원고의 최초 검열자는 아이였고, 그것은 자기검열보다 더 엄격했을 것이다. 그렇게 수년간 탈고에 탈고를 거듭한 끝에 2002년 첫선을 보였는데 학계는 충격을 받았다.

‘아! 이렇게 역사책을 쓸 수도 있구나!’ 책은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박은봉에게 분유를 묽게 타 먹여야 했던 J K 롤링의 절실함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둘 다 엄마였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형식도 형식이지만 내용은 아이가 마음으로 먹는 양식이어서 더 까다로워야 했다. 더욱이 ‘역사’가 아닌가. 사관이자 엄마, 생물학적보다 더 심한 이 괴리를 메우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하긴 슈퍼맨보다 힘센 엄마니까 가능할 수도 있긴 하겠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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