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의학계 성 편견·무지가 끼치는 해악

2019.11.01 20:50 입력 2019.11.01 20:52 수정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 옮김 | 윤정원 감수

한문화 | 540쪽 | 2만7000원

[책과 삶]의학계 성 편견·무지가 끼치는 해악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한 중년 여성은 3년 동안 지독한 복통에 시달렸다. 직장 출혈이 있었고 가족력에 대장암이 있었지만, 담당 의사는 그가 우울증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증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우울증에 따른 ‘히스테리’로 본 것이다. 그는 내시경 검사를 받고 나서야 3기 대장암라는 정확한 진단명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뿌리 깊은 성 편견과 무지로 여성을 무시하고 오진해 병들게 한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한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과학적·사회학적 연구, 의사·연구자 인터뷰, 미국 여성들 개인사를 통해 의학계 성차별이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응급실에서 복통 치료를 받기까지 남성은 49분 걸리지만 여성은 65분을 기다려야 하며, 심장마비가 온 젊은 여성이 집으로 돌려보내질 확률은 남성에 비해 7배나 높다. 만성 골반통증을 앓는 여성들은 자궁내막증을 단순 월경통으로 진단하는 의사들로 인해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0~12년이 걸린다. 1970년대 여성 의과대학생 수가 증가했으나 여전히 여성 의사는 산부인과·소아과 등 1차 의료에 편중돼 있다.

‘난소암은 증상이 없다’는 의학계 신화는 인터넷 발달로 난소암 생존자들이 온라인에서 스스로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말한다. “여성이 아프다고 말할 때, 여성을 믿어라.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수많은 지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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