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책

바삭바삭 구운 바닥 위에 바람 한 꼬집…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낮잠 레시피

2021.01.01 21:33 입력 2021.01.01 21:40 수정

[그림 책]바삭바삭 구운 바닥 위에 바람 한 꼬집…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낮잠 레시피

햇볕 토스트
이해진 글·그림
사계절 | 40쪽 | 1만2500원

창밖에서 쏟아진 햇빛이 그려낸 방 안의 노란 네모. 그 위로 몸을 눕히고 꿀 같은 낮잠을 즐기는 아이의 평온한 얼굴.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이 따뜻한 이미지를 그림책 한 권에 담았다. “햇볕에 바닥을 노릇노릇 굽습니다.” 이해진 작가는 요리 비법이라도 읊듯 친절하고 다정한 말투로 ‘햇볕으로 맛있는 토스트를 굽는다’는 상상 위로 유년기 달콤한 낮잠의 추억을 얹어냈다.

‘햇볕 토스트’의 레시피는 간단하다. 토스트 모양으로 바닥에 그려진 노란 햇살 자리에, 심심한 아이가 와 몸을 눕힌다. 졸린 표정이다. 노릇노릇 덥혀지던 아이 배 위에 올려둔 담요도 따끈따끈해진다. 어느새 곤히 잠에 빠져든 아이 곁으로 폭신폭신한 고양이를 ‘한 스푼’, 그리고 또 ‘한 스푼’ 올린다. 그 위에 말랑말랑한 개를 올리고서, 말랑말랑 개가 흐물흐물 개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림 책]바삭바삭 구운 바닥 위에 바람 한 꼬집…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낮잠 레시피

시린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특급 레시피’답게, 고양이와 개를 햇볕 위로 ‘올리는’ 도구는 다름 아닌 버터나이프다. 서로 엉겨붙어 저마다의 꿈을 꾸는 아이와 개, 고양이의 모습에서 쌕쌕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을 ‘한 꼬집’ 솔솔 뿌리자 아이는 단잠에서 깨어나 하품을 한다. 그것도 잠시, 다시 바닥에 눌어붙어 다른 자세로 누워버린 아이와 동물들 위로 보들보들한 구름을 얹는다.

이쯤 되면 완성이 아닐까 싶은데, 누군가 잘 구워진 햇볕 귀퉁이를 ‘냠’하고 베어 문다. 동시에 나오는 탄성, “맛있다!” 햇볕과 낮잠이라는 익숙한 코드에 낯선 상상인 토스트를 올려놓은 만큼, 전에는 만난 적 없는 색다른 맛이 완성됐다. 낮잠의 기억과 토스트의 진한 버터향이 어우러져 배 속이 다 간지러워지는 느낌이다.

<햇볕 토스트>는 일반 그림책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넘겨보는 책이다. 위에는 햇살이 들어오는 작고 둥근 창문이 있고, 아래에는 창문과 꼭 닮은 토스트 모양 햇볕에서 뒹굴뒹굴 몸을 구르는 아이와 개와 고양이들이 있다. ‘창’이라는 아이디어를 실감할 수 있게 겉표지에 창문 모양의 구멍을 뚫어 그 속의 낮잠을 엿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깜찍한 상상과 이를 표현하는 연출이 돋보이는 책이다. 온통 노란빛으로 물든 책을 다 읽고 나면 막 낮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갓 구운 토스트를 먹어치운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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