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심플러 - 캐스 선스타인

2021.04.01 20:39 입력 2021.04.01 20:55 수정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선택을 돕는 작은 센스

[위성백의 내 인생의 책]⑤심플러 - 캐스 선스타인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갈 때 엘리베이터와 계단 중 어떤 것을 이용할지 망설인 적이 있는가? 편리함이냐, 건강이냐를 두고 말이다. 회사 인근 경복궁역에서 특이한 계단을 보았다. 계단은 올라가는 발걸음에 맞추어 피아노 소리와 조명이 켜지고, 계단을 이용하면 사회 취약계층에게 후원금이 적립되는 ‘건강기부계단’이었다. 건강을 챙기면서 좋은 일도 한다는 느낌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있었다. 간단한 아이디어인데 효과는 만점인 듯하다.

교수이자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의 책임자로 일한 선스타인은 저서 <심플러(Simpler)>에서 간결한 너지의 힘을 소개한다. 원래 너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인데, 저자는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간결하고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가전제품에 에너지효율 등급을 표시하도록 한다든지, 어린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과일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둔다든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 직접적인 규제 대신 대상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유도하는 방식을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정책은 단순하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소비자들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금융상품 중에는 수익률은 높지만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상품들이 있다. 금융회사가 이 상품이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설명하도록 강제해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불완전판매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 상품 설명서에 비보호 로고를 하나 넣도록 하는 것은 단순하고 쉬운 방법이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너지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살면서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현명한 선택을 이끄는 부드러운 개입, 간결한 너지의 힘을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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